2022.06.09 - 2022.06.10
마지막으로 갈수록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되는 추리소설이었다. 내가 접한 추리소설들은 애거서 크리스티, 셜록 홈즈가 전부였다. 내 동생은 히가시노 게이고를 정말 사랑하지만, 나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외에는 그의 다른 추리소설은 읽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책의 표지 문구에 현혹?되어, 인스타 광고에 빠져 밀리의 서재를 통해 듣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가장 결정적인 동기는, 어제 누나 생일 식사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와중에 책을 보고 싶어서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을 원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흡입력에 이틀만에 다 읽게 되었다. 노리즈키 린타로라는 형사(이자 이 책을 쓴 작가의 이름이기도 하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리즈물의 초판 격이라고 한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추리소설을 읽을 때, 재미를 배가시키는 방법은 역시 '추리하면서' 읽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머릿속에 의문점만 계속 생길 뿐, 뭔가 그럴싸한 논리를 생성하지 못했다. 반전을 어느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마치 어두운 방 안에서 책상 위를 더듬거리며 대충 여기쯤 있겠지- 하고 손을 뻗는 식의 예상이었다. 추리력이라는 것은, 역시 다른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많이 쓸수록 성장하는 것일까? 매일 드라마를 아침저녁으로 챙겨보는 공력 있는 아주머니들이 1화만 보고도 결말을 예상하듯.
하지만 나는 무공력자다. 추리소설에 흥미를 붙인 적도 없으며 이후의 플롯을 예상할 능력은 더더욱 없다. 따라서 나는 이번 책이 매우 흥미로웠다. 아, 다만 일본 소설 특유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헷갈리는 이름'은 여전했다. 다카타, 다카하시, 니시무라, 나가시마 등등 언뜻 보면 비슷한 서너글자의 이름들이 주욱 나열되는 것이다. 이틀만에 책을 완독하지 않았다면 필시 비슷한 이름들의 숲 사이를 빙빙 헤메다가 흥미를 잃었으리라. 영어 소설만 봐도 이런 현상은 없는데, 아마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일본어 이름들의 느낌이 한국인인 내게는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도 비슷한 이유에서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느꼈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플롯은 대략적으로 기억하나, 등장인물의 이름만은 하나도 생각나는 바가 없다...
마무리를 짓자면, 가볍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런 책을 너무 많이 읽는 것은 지양해야할 터이나, 가끔씩 기분전환 용으로 읽어주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는 이번처럼 밀리의 서재를 애용해야겠다. (이번 책 또한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빌리지 않고 밀리의 서재로 완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