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관계에 필요한 것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겠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말이다. 스쳐 간 사람, 친구, 연인. 관계의 이름이 무엇이든. "인연이면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이 말을 그냥 아무렇지 않게 툭 내뱉었을 때도 있었고, 정말로 다시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들을 정말 다시 만난 적이 있었던가? 적어도 내 인생에서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경험일 뿐이지만 말이다.
한때는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 있어."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 아쉬우면서도 붙잡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인연이라면 어차피 만나게 될 거라고,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마음 한 구석에 의문이 생겼다.
'정말 인연이라는 게 따로 있을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정말로 다시 만나게 될까? 우연이 여러 번 겹치면 인연이 된다고들 하던데, 그런 우연이 실제로 존재하긴 할까?'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인연을 실제로 겪어봤을 테다. 또 어떤 사람들은 나처럼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드라마나 SNS에서는 자주 보지만, 정작 내 주변에서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주변에서나 내 삶에서 한 번도 겪지 못했다는 건, 어쩌면 그런 일이 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닐까.
그렇다면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겠지.'라는 말로 사람과의 관계를 쉽게 놓아버리는 건, 너무 아까운 일 아닐까? 지금 놓아버린 그 관계를,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더 이어가고 싶은 관계가 있다면, '인연이라면'이라는 핑계를 대지 말고 그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내가 먼저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어가고 싶은 관계는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일 수도 있고, 이미 엇갈려 버린 사람일 수도 있다. 어떤 관계든 중요하지 않다. 내가 후회하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상대방이 불쾌해하지 않는 선에서.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순간, 내 노력은 더 이상 '노력'이 아니라 '괴롭힘'이 된다. 상대를 괴롭게 하면서까지 억지로 이어가야 하는 관계라면, 그땐 놓아주는 게 맞다.
노력이 없는 관계는 유지되지 않지만
노력만 남은 관계도 유지되지 않더라
_<시 읽는 밤: 시 밤>, 하상욱
관계에는 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을 했는데도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결국 내 인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문득 떠올랐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 놓쳐버렸던 인연들이. 쉽게 놓아버렸던 인연들이. 너무 아깝고 후회스러웠다. 노력하지 않았던 나 자신이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다짐했다. 앞으로는 그렇게 쉽게 놓치지 말자고.
혹시 당신도, 노력하지 않아 놓쳐버린 인연들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한 번쯤은, 조금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 보면 좋겠다. 노력도 해보지 않고 놓아버리기엔, 그 사람이 너무 소중한 인연일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했는데도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땐 인연이 아니었음을 담담히 인정하고 놓아주자.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인연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노력해 보자."는 마음을 가지길. 그렇게, 소중한 인연을 놓치지 않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겠지."
"아니야, 인연이 되고 싶으면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