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이라는 의식〉
저녁이 되면 조명을 낮춘다.
잔 하나 꺼내고, 서늘한 술을 천천히 따른다.
그리고 음악을 튼다.
조용한 재즈나, 오래된 발라드.
가사보다 분위기가 먼저 마음을 덮는 곡들.
혼술은 그렇게 시작된다.
혼자 마시는 술은
그날의 감정을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의식이다.
누구에게 털어놓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
무심히 흘려보낸 표정들,
참았던 한숨 같은 것들이
음악과 함께 천천히 떠오른다.
누군가와의 술자리에선
대화가 분위기를 이끌지만,
혼술은 음악이 감정을 데려온다.
잔을 기울일수록 말은 줄고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 조금씩 풀려나간다.
괜히 눈물이 고일 때도 있다.
노래 한 소절 때문일 수도 있고,
그 소절이 닿은 추억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럴 땐 그냥,
조용히 한 모금 마시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
숨소리마저 음악처럼 느껴지는 순간.
사람들은 혼술이 쓸쓸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안다.
이 조용한 의식이
나를 얼마나 잘 감싸주는지.
이건 고독이 아니라 회복이다.
세상에서 잠시 떨어져
내 감정의 체온을 되찾는 시간.
술이 줄어들고, 음악도 끝나갈 즈음
마음도 가벼워진다.
별일 아니었던 것들도
괜히 아팠던 기억들도
한 곡, 한 잔 사이에서
조금씩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작은 위로 하나 들고 다시 내일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