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여운]3. 그날의 향기

by 박동욱

기억은 종종,
눈앞이 아니라
코끝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느 날,
낡은 골목을 지나던 중
그 익숙한 기름 냄새가 스쳤다.
막 튀겨낸 오징어튀김이 섞인 포장마차 냄새,
그 안에 스며 있던 약간 눅눅한 젖은 골목의 내음.
순간,
마음이 먼저 돌아섰다.

이 냄새,
어디서 많이 맡았던…

그리고 문득 떠오른다.
대학 시절 자주 가던 작은 술집,
미닫이 문이 삐걱거리던 그 친구네 원룸,
비 오는 날마다 향이 더 진했던
동네시장 어귀의 떡볶이 집.

그때 그 사람들,
그때의 나,
그 웃음과 울음의 온도까지—
모두 그 냄새 안에,
그날의 공기 속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그 향은
이제 다시는 똑같이 맡을 수 없는 것이기에
더 진하게, 더 오래 남아 있다.
몸은 돌아갈 수 없어도
그 냄새는 나를 데려간다.

문득 스친 어떤 냄새 하나에
나는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누군가의 방 안에 앉아 있고,
젊고 서툴렀지만
무엇보다 생생했던 시간을 살아낸 나를
다시 만난다.

향기는 잔인하다.
잊고 있던 사람을 데려오고,
잊으려 했던 감정을 피워내고,
지금은 없는 그 장소를 눈앞처럼 그려내니까.

하지만 향기는 따뜻하다.
그날을 다시 살아보게 해주고,
지금의 나에게
그때도 괜찮았어
그날의 너도, 참 좋았어
하고 말해주니까.

나는 오늘도
가끔 스치는 내음 하나에
혼자 잠시 멈춰선다.
그건 단지 냄새가 아니라—
추억의 문이 살짝 열린 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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