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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한결 Jan 26. 2021

얼마나 더 잃어버려야 하는 걸까?

육아방식,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두 번째 이야기

"이번에 아기 문화센터 등록할 거야?"

"우리 다음 주에 애들 데리고 키즈카페 가서 놀자!"


어린아이를 육아 중인 엄마들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은 해볼 법한 질문이고 흔하게 약속을 잡는 방식이었다. 적어도 2020년도 1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금은 함부로 할 수 없는 말들이다. 그저 서로가 이렇게 이야기할 뿐.


"코로나 끝나면 진짜 마음껏 놀러 다닐 거야!"

"애들이 얼른 마스크 벗고 뛰어놀 수 있게 되면 좋겠다."


2020년도 1차 코로나 대유행을 비교적 잘 대응했다고 평가받는 K방역이었다. 하지만 2차 유행, 3차 유행은 결국 반복적으로 오게 되었고, 그때마다 일상은 멈췄다. 사람들은 더 이상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이 상황에 모두 각자만의 '패닉'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자영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되었고, 부도가 나는 회사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재택근무와 가정보육으로 인해 엄마들을 비롯해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 역시 심각하게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 누가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까?

"코로나 이전으로 우리 돌아갈 수는 있는 걸까?"


며칠 전, SNS를 하다가 친한 동생이 집에 튜브처럼 공기를 넣어서 형태를 갖추는 아이들 미끄럼틀을 사서 거실을 꽉 채운 사진을 보게 되었다. #키즈카페안녕 #이젠집이키즈카페다 라는 해시태그는 어떤 마음으로 그 미끄럼틀을 사고 간신히 사람 1명 정도만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만 둔 채 그 미끄럼틀을 설치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친구가 틱톡을 보다가 웃긴 영상이라며 보내 준 영상은 코로나 이후의 인증방식이라는 제목이었다. 코로나가 끝난 이후, 마스크를 벗고 친구를 만나는 상황을 연출했다. 친구가 "누구세요?"라면서 못 알아본다. 그래서 잽싸게 마스크를 꺼내 쓴 모습을 보여주니 그제야 친구는 "아!!! 00야~ 왜 이렇게 오랜만이야!"라는 인사를 한다. 코로나가 끝나도 마스크를 두고 다닐 수 없는 이유라는 것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웃픈 영상이었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연이어 1,000명을 넘던 시기 결국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라는 제도가 시행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까지 올려도 좀처럼 확진자 현황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애초부터 한 가족이 5인 이상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가족과 가족이 모여서 5인 이상이 되면 안 된다는 의미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코로나 19의 시작으로 비교적 생활 속 변화가 심하지 않았던 우리 가정에도 한 가지 위기가 닥쳤다.


목에 기관절개관을 가지고 있는 탓에 아이를 씻기는 방법도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기관절개관이 삽입되어 있는 입구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되기에 항상 머리 따로 몸 따로 씻겨야 한다.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 본 끝에 그나마 가장 효율적으로 씻기는 방법을 찾았다. 싱크대에 의자를 놓고 다리를 올려서 허벅지 위에 아이를 눕히고 잡아주면 내가 재빠르게 아이 머리를 씻기는 것이다. 그렇게 머리를 감긴 후에 아기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씻긴다. 다 씻기고 나면 목에 기관절개관을 고정시켜주는 끈이 다 젖어버린다. 그래서 아이를 눕히고 양쪽으로 한 사람씩 아이 어깨와 손을 잡아준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위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나 핑크퐁 영상을 보여준다. 그러면 내가 최대한 빠르게 끈을 풀고 목을 씻긴 후에 다시 새 끈으로 기관절개관을 고정해준다. 이 과정을 하려면 최소 성인 4명은 필요하고 아이까지 5명이 한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게 된다. 만에 하나라도 끈을 교체하다가 아이가 움직여 기관절개관이 빠지기라도 하면 바로 호흡이 어려워지고 생명이 위험해지는 순간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늘 친정어머니, 아버지, 나, 신랑 전부 아이를 씻기고 끈을 교체해주는 데 투입이 된다. 그런데 5인 이상 모이지 말라고 하니 당장 이 문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스러워졌다. 결국 방법이 없어 최대한 목끈 교체주기를 늘리고 집에서 씻길 때는 목부분이 젖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리고 끈을 교체하는 날에는 집안에서도 전부 마스크를 끼고 최대한 빠르게 씻기고 끈 교체를 하고 나오곤 했다.


물론, 우리 집의 이런 모습은 흔한 풍경은 아니다. 하지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어머니, 아버지, 동생조차 만나지 못하게 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살면서도 얼굴 보는 것이 어려워졌다. 아이들을 위한 문화센터를 가지 못하는 것, 키즈카페를 가는 것이 조심스러워진 것뿐 아니라 '가족'이라는 끈으로 묶여있는 관계조차 코로나는 분리시켜 버렸다.


현재 처음 코로나 19가 시작되었을 때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바와 같이 다양한 지역의 변이 바이러스까지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파력이 더 강해지고, 위험요소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분명히 생각해야 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미 많은 것을 잃었지만 분명 앞으로 더 잃을 것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육아를 하는 데 가족의 도움을 받는 부분에 있어서도 제약이 생길 수 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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