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사긴 샀는데…

by 서툰앙마

두 달 여만에
새 TV를 샀다.
원하던 바긴 한데
과정이 좀 찝찝하다.

- 애들이 있어서 그런 건 알겠는데 너무 시끄러워요.
- 아… 네. 죄송합니다…
- 오전, 오후, 밤까지. 어쨌든 주의시켜 주세요.
- 네. 죄송합니다…

아랫집 분께서 올라오셨다.
그렇잖아도 아이들 소리에 죄송해서
엘리베이터 탈 때 만나기라도 하면
연신 죄송하다 해온 터다.
그럴 때마다 속 좋은 부부는
- 괜찮아요. 애들 키우면 다 그렇죠.

그런데 올라온 분은 처음 보는 젊은 분.
아마 따님쯤 되지 않나 싶다.
최근에 부모님과 합치셨나 싶다.

쌩쌩 부는 찬바람에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하지 못했다.
TV가 한낱 전시품이 되고 나서부터
아이들이 새로운 놀이를 찾다 보니
술래잡기에, 얼음땡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몸으로 부대끼는 놀이들도 꽤 많이 해왔다.
뭐 쿵쾅거리고 소리 지르는 게 늘은 거지…

미안은 한데 씁쓸도 하다.
날이 추워질수록 밖에 데리고 나갈 기회는 줄고…
아이들이 커갈수록 에너지는 넘쳐나고…

아랫집 분이 내려가자마자
두 부부는 눈에 쌍심지를 켠다.
- 뛰지 마라.
- 소리 지르지 마라.

한편으로는 또 미안해서
- 그림 그리기 할까.
- 종이 오리기할까.

그러다 일단 TV를 다시 사자고 합의하기에 이른다.
그걸 보는 동안은 조용하니까.
대신 시간을 정해놓고 제한을 하기로.

TV 없는 두 달.
없으니 없는 대로 살만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 아니던가.
바보상자에 휘둘리지 않고 적절히 쓸 수 있으리라.

그런데
참 찝찝하다.
참 착잡하다.

- 1층으로 이사 갈까. 애 키울 땐 1층이 좋대.

꽤 자존심 강한 와이프의 참고 참은 한마디가
괜히 가슴팍 한복판을 쓸쓸하게 훑고 지나간다.

- 살금살금 걸어야 돼. 형아 하는 것처럼.

그래도 형이라고 말귀 서툰 동생 타이르는 한마디가
괜히 윽박만 지른 아비의 미안함을 깨닫게 만든다.

이래저래 심사 복잡한 연말.
이래저래 고민 늘어난 주말.

작가의 이전글투 블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