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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붕어 Jun 16. 2024

24年 5月 31日

저는 잘 지냅니다. 요즘은 일을 하느라 술과 커피가 늘었어요.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그래도 일을 한다는 건 좋은 일이랍니다. 그곳의 날은 많이 춥지는 않은지 많이 덥지는 않은지 생각하다가도 참을 수 없을 만큼 궁금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당신이 쓰던 말투가 생각이 나 메모장에 적어둡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다 잊어버릴 것 같은데 그건 어쩐지 싫어서 생각이 날 때마다 성실히 적어둡니다. 도어락이 조금 늦게 잠길 때나 잠근 줄 알았던 가스 밸브가 열려있을 때 문득 당신이 떠오릅니다. 얼마 전에는 타이머를 맞춰둔 줄 알았던 선풍기가 아침까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불 밖으로 내놓은 제 다리가 꼭 죽은 사람의 다리처럼 차가웠습니다. 다리를 문지르고 나니 타이머를 깜빡하고 안 맞춘 것 같기도 합니다. 당신이 쓴 편지가 제가 사는 집 냉장고에 붙어 있습니다. 저에게 쓴 편지는 아니고 누군가에게 쓴 편지인데 제가 갖고 있습니다. 저는 그 편지가 어떻게 되어버릴까봐 지퍼백에 넣어 냉장고에 붙여두었습니다. 서랍 깊은 곳에 안전하게 두려다가 눈에 보여야 안심이 되어 그렇게 했습니다. 안부를 묻고 싶을 때는 안부를 물을 수 없는 사람의 안부만 궁금합니다. 우리가 멀어져 있던 그 모든 날들이 궁금한 건 아니고 바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어제라는 게 있기는 했는지요. 그곳에서는 어제를 어제가 아니라 다른 말로 부르는 건 아닌지요. 저에게는 어제도 있고 그제도 있고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습니다. 당신이 주고 간 날이 수백 개쯤은 돼서 그걸 매일 일기에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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