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애써봐도 나는 도무지 완벽한 선생님이나 친절한 엄마가 될 수 없다. 기껏 오늘 하루 학생들에게 쉽게 상처받지 않은 나를 칭찬하고, 내 아이에게 두 번 화낼 거 한 번밖에 안 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그리고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에 밤마다 쉽게 잠들 수 없는 하루하루를 이어나간다. 그러다 유독 잠이 오지 않는 밤엔 고독한 헛헛함을 끼적임으로 채워간다.
누군가를 돌보고 가르치는 이의 삶은 그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 지워져야 한다. 내 삶은 누군가의 삶에 절대적인 양분이 되어야 한다. 돌보는 이가 돌봄을 받는 이보다 우선이 될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종종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나 역시 누군가의 돌봄이나 주목을 받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보다 다른 이의 요구를 파악하고 다른 이를 돌보는 일로 채워지는 하루하루와, 살면 살수록 정작 나란 존재는 희미해져만 가는 삶 속에서 의미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내 삶이 다른 누군가의 양분이 되어주듯 내 삶에도 양분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배경이 되어 지워져가는 내 삶은 도대체 무엇을 양분으로 삼을 수 있을까. 잠 못 드는 밤 끼적이는 이 글들이 내 양분이 되지 않을까 싶어 오늘도 이러고 있다.
나는 내가 쓰는 글을 철저히 착취한다. 그리하여 모두가 잠든 이 밤에 비로소 내 삶은 전경으로 나설 수 있다. 내가 비로소 나의 주인공이 된다. 하루하루 배경이 되어 지워져버릴 것 같은 내 삶에 한 줄 한 줄 비옥한 양분을 주는 일을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