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아트와 제너레이티브 아트의 차이와 융합 가능성에 대해 짚어봅니다.
AI로 생성된 예술(AI Generated Art, 이하 AI 아트)이 처음으로 인간의 예술 창작 활동에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하게 된 분야는 아닙니다. 이전에 약 1960년대부터 생성 예술, 제너레이티브 아트(Generative Art)가 존재해 왔거든요.
미국에서 제너레이티브 아트가 지금의 AI 아트처럼 주목받고 흥미를 유발시켰던 건 제가 뉴욕 파슨스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2008년 즈음입니다. 트렌드나 주류가 되지는 못했지만요.
그때 전공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던 것이 프로젝트에 신기술을 배워 접목해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학업의 일부로 제너레이티브 아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제너레이티브 아트는 코드를 사용하여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품을 생성합니다. 창작자는 프로세싱(Processing), 오픈프레임웍스(openFrameworks)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여 나름의 알고리즘을 만들고, 코드를 실행하면 만들어진 알고리즘에 따라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이 생성됩니다.
음악에 맞추어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사운드 웨이브 같은 것이 간단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음악을 인풋으로 사용하여 생성되는 단순한 사운드 웨이브도 가능하지만, 그에 더해 소리가 특정 진폭 수준을 초과할 때 사운드 웨이브의 모양이나 색이 변하게 한다던가 하는 여러 설정을 입힐 수 있는 것이죠.
이 중에서 프로세싱(Processing)은 비주얼 아트를 중심으로 설계된 덕에 정말 멋진 예술적 비주얼을 비교적 간단한 코딩으로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때 그 시절, 제너레이티브 아트계의 미드저니랄까요. 수작업이나 기존 디지털 도구들을 이용해서는 쉽게 만들어낼 엄두를 못 내는 복잡하고 섬세한 비주얼 패턴들이 주로 만들어지곤 했습니다.
브랜드 캠페인에 제너레이티브 아트가 쓰인 흥미로운 사례로는 나이키의 “Reactland”와 스포티파이(Spotify)의 “Wrapped”가 있습니다.
나이키의 “Reactland”는 가상 현실 체험입니다. 사용자가 나이키 신발을 신고 달리면 그 움직임과 반응에 따라 가상 환경이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변화하게 되지요.
스포티파이(Spotify)의 “Wrapped”는 사용자들이 한 해 동안 자신이 가장 많이 들은 노래와 아티스트 등을 요약해 보여주는 캠페인입니다. 개인의 음악 청취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저별 맞춤형 비주얼을 생성하는 것에 제너레이티브 아트가 사용되었습니다.
제너레이티브 아트가 제공하는 가치와 앞으로의 다양한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다만 AI 아트에 비해 활용에 상당한 전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분야라, 이제껏 지금의 AI 아트만큼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파급력을 가지지는 못하였지요.
알고리즘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 간단히 말해 코딩을 통해 창작자가 자신의 의도대로 결과를 통제한다는 점이 제너레이티브 아트가 요즘의 AI 아트와 많이 다른 부분입니다.
AI 아트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조건과 변수가 비교적 제한적입니다. 모델을 원하는 데이터로 훈련시키고, 모델의 구조를 결정하며, 출력물을 조정할 수 있는 매개변수를 설정하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그렇다 보니 결과물은 종종 예측 불가능하며, 창작자의 의지와 의식의 흐름이 아니라 AI가 학습한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창작자는 결과에 대한 완전한 통제력을 가질 수 없고, AI는 무작위적인 실험을 통해 창작자가 생각지도 못한 창의적인 결과물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이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AI 아트는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는다는 강점을 이용해 대중을 설득합니다. 계속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실사에 가까운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서술형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도 계속해서 향상될 것입니다.
쓰기도 편해지고 보기도 좋아지니, 자연히 사용해 보는 사람들도 늘어납니다. 기업들도 AI 아트를 이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여보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이런저런 시도를 합니다.
그렇다면 말입니다. AI 아트와 제너레이티브 아트가 서로의 장점을 살려 융합된다면 어떨까요?
이미 대표적인 AI 이미지 생성 툴인 미드저니만 봐도, 제너레이티브 아트의 원칙과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창작자에게 조금씩 더 많은 통제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생성할 이미지에 대한 설명 외에 추가적으로 창작자가 입력하는 세부적인 파라미터와 설정을 돕는 단어들은, 제너레이티브 아트로 작품을 생성할 때 창작자가 의도대로 조정하는 알고리즘과 유사한 역할을 합니다.
이런 식으로 AI 도구와 플랫폼 개발자들은 창작자가 AI 생성 과정에 더 많이 개입하고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창작자가 자신의 코드나 알고리즘을 직접 입력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작품을 생성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축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창의적 의도대로 통제하여 결과물을 생성하는 동시에, AI의 독창적 해석의 도움도 받는 것이지요.
또한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에 적합한 맞춤형 데이터 세트를 만들어 AI 모델에 입력할 수 있게 된다던가, AI 모델의 학습 알고리즘을 직접적으로 조정 및 수정하는 것이 쉬워지고 세분화될수록, 생성 과정에서의 인간의 통제권이 강화될 것입니다. 미드저니는 이미 이를 시도하는 파라미터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통제력이 생기면 생길수록 브랜딩과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AI의 쓸모도 커지게 됩니다. 브랜드에 맞는 맞춤형 AI 모델을 만드는 것이 손쉬워질수록, 점점 더 인간이 한 것과 구분이 안 가는 차별화되는 콘텐츠를 자동화하여 생산하는 것도 쉬워질 테니까요. 아이디어도 무궁무진하게 던져주겠죠. 브랜드의 입맛에 꼭 맞는 걸로.
그리고 이렇게 통제력을 가진 알고리즘이 많은 것을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세상이 변할수록, 제대로 방향이 잡힌 일관적인 브랜드를 갖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제대로 브랜딩된 브랜드가 없다면 강력한 브랜드 시스템을 구축할 수가 없고, 그렇다면 브랜드만의 알고리즘을 만들 수가 없으니까요. 자동화로 단순히 ‘아무나’가 되어버리면 곤란합니다.
동시에 당연히, AI를 효과적으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좋은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도, 계속해서 발전하는 AI를 활용하여 유지 및 성장을 시키지 못한다면 필연적으로 뒤처질 테니까요.
브랜드 스스로도 자기가 누군지 여긴 어딘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데, AI가 어떻게 그 마음을 알아줄까요.
‘남들 다 쓰는’ AI 없이 내 브랜드가 어느 세월에 수면에 드러날까요.
한없이 먼 미래의 이야기 같으실 수 있지만, 아시잖아요. 시간은 언제나 생각보다 빨리 흐릅니다.
AI 도구 활용을 차일피일 미루고 계신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오늘 꼭 도전해 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