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비우는 중이다
그동안 관심조차 받지 못했던
물건들이 집안 곳곳에 너무나 많았다
특히 베란다 붙박이장 안에 빛을 보지
못 한 물건들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사가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이 문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정리된 걸 좋아하지만 잘하지는 못한다
깨끗한 걸 좋아하지만 잘 치우지도 못한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정리되지 못한 것들에
스트레스를 입혀 스스로 힘들어하곤 했다
곧 있을 이사에 매일매일 조금씩 비우고
정리하다 보니 그동안 불필요한 것들로
가득 채우고 산 삶이 한눈에 들어왔다
없어도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없었던
존재조차 잊은 채 움켜쥐고 있었던 것들을
비우고 또 버렸다
불필요한 것들을 치우고 나니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무언의 밝음이 드러났다
그냥 비웠을 뿐인데
그냥 버렸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