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라는 건 참 무섭다. 필요한 것을 사려고 쇼핑앱을 켰는데 살 것을 모두 사고도 나는 여전히 앱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번에 봤던 원피스가 괜히 생각나 한 번 더 슬쩍 들여다보고 아무래도 입고 다니지는 않을 것 같다며 검색창에 원피스를 쳐서 쭈르륵 쏟아지는 사진 속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는지 살핀다. 옷장 속에는 아직 햇빛을 받지 못한 여름 원피스들이 걸려 있지만 애써 기억에서 지운다. 그리고는 당장 필요한 것처럼 절박한 마음이 되어 손품을 팔기 시작한다. 여러 원피스 사이를 헤집고 다닌 지 5분 10분이 지나자 점점 흥미를 잃고 조용히 앱을 끈다. 분명 필요한 것만 사려고 했는데 나는 오늘도 쇼핑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오늘은 다른 것을 사지 않았다는 것.
언젠가 쓰겠지
다른 날에는 괜히 쇼핑앱을 둘러보다 사려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구매하기도 한다. 품목도 다양하다. 어느 날은 헤어핀이었다가 어느 날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마시면 좋을만한 차였다가 또 어느 날은 그냥 귀여운 것을 슬쩍 사버리기도 한다. 사놓고는 언젠가 쓰겠지라고 생각한 것들이 차곡차곡 내 방을 차지하고 섰다. 그것들을 볼 때마다 그래도 귀여우니까 라는 생각을 하며 나쁘지 않은 소비였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쇼핑앱을 핸드폰 메인에 깔아 두었더니 괜히 더 많이 사는 것 같은 생각에 앱을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놓고 꼭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만 찾아서 앱을 켠다. 얼마간은 이 방법이 효과가 있는 듯했으나 찾아 들어가는 방법이 익숙해지자 귀찮아하는 기색도 없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상품 페이지를 둘러보고 있다. 한 달에 쇼핑으로 소비할 수 있는 금액을 정해두어서 그 금액을 넘겨 무언가를 소비한 적은 없다. 이것은 내가 절제력이 강해서라기보다 드문드문 언니찬스, 남편찬스를 썼기 때문이다. 상한가를 넘긴 적이 없다 해도 의식의 흐름에 따른 쇼핑은 자제가 필요하다.
쇼핑앱을 아예 지워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앱이 아니라도 물건을 살 수 있는 창구는 너무나 많다. 그래서 최근에 쇼핑을 자제하는 방법은 사고 싶어 담아두었던 장바구니를 천천히 둘러본다. 그리곤 그중에 사고 싶은 상품은 하나도 없음을 깨닫고 조용히 앱을 닫는다. 충동적으로 어떤 상품이 갖고 싶었어도 조금만 마음을 딴 곳에 돌리면 금세 흥미를 잃고 마는 것들이 있다. 물론 (고이 담겨 판매되기만을 기다리는 것들) 그중에는 불현듯 생각나 ‘아 이건 사야겠다’ 싶은 것도 더러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내 기억 속에서 잊혔다가 앱을 켤 때만 머릿속에 반짝하고 떠오르는 것들이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오늘도 습관처럼 앱을 이리 뒤적 저리 뒤적거리고 있다. ‘보기만 하는 거야’라는 구차한 변명을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