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쁜 손수건을 보면 갖고 싶어 진다. 보들보들한 촉감에 고운 무늬가 새겨진 것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에도 따스하고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지는 듯하다. 집으로 데려와서는 살살 빨아서 탁탁 접는다. 반듯하게 각을 잡아 한 곳에 모아 놓고는 ‘이건 이래서 예쁘고, 저건 저래서 예쁘다’며 한참을 본다. 그리고는 손수건이 흐트러질까 조심스레 서랍장을 닫는다. 차곡차곡 개어놓은 손수건은 좀처럼 쓸 일이 없다. 개중에 몇 개만 돌려가며 쓰는데 그것도 손에 물기를 닦는 용도로만 쓴다. 예뻐서 샀으니 관상용으로 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조금 더 귀하게 쓰고픈 마음이다.
손수건에는 나의 유년의 기억이 짙게 배어 있다. 아빠는 항상 바지 뒷주머니에 손수건을 넣고 다니셨는데, 매일 아침 아빠의 출근 준비 끝은 손수건이었다. 반듯하게 갠 손수건을 집으시면 나와 언니는 현관 앞으로 포르르 가서 “안녕히 다녀오세요”하고 아빠의 출근길을 배웅했다. 아빠의 습관을 잘 알고 있는 엄마는 손수건에 유독 신경쓰셨다. 없는 살림에도 손수건만큼은 우리 지역에서 하나밖에 없는 백화점에 가서 사셨다. 엄마의 손을 잡고 버스를 타고 아빠 손수건을 사러 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내가 보기엔 다 거기서 거기인데 엄마는 만져보고, 같은 문양이지만 다른 색의 손수건을 보고 또 본 후에 겨우 값을 치렀다. 아빠가 가끔 약주하시고 손수건을 잃어버리시면 엄마는 “너희 아빠는 꼭 좋은 손수건이나 새 손수건 가져간 날 잃어버린다”며 속상해하셨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아빠의 손수건을 다릴 때 행복해 보이셨다. 바지와 셔츠 순서대로 다림질이 끝나면 남아 있는 열로 손수건도 반듯하게 다리셨는데 손수건을 다릴 때 엄마는 늘 나지막하게 콧노래를 흥얼거리셨다. 훈훈하게 남은 다리미의 열기가 엄마의 마음도 포근하게 데웠나 보다. 엄마는 다림질을 끝낸 손수건을 매만지시며 나에게도 뽀송뽀송하고 따끈하다며 만져보라고 하셨다. 엄마 손만큼이나 따스한 손수건의 온기에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흥해, 흥!
아빠를 향한 엄마의 사랑으로 고이 다려진 손수건을 아빠는 딸을 위해 썼다. 어릴 때 나는 유난히 잘 우는 아이였다. 더 솔직히 말하면 자주 혼나는 아이였다. 엄마아빠의 손잡고 찻길을 건너다가도 궁금한 게 있으면 그 손을 놓아버리곤 잽싸게 어디론가 가버렸다. 지금보다 건널목의 안전이 허술했으니 엄마아빠 심장이 철렁하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거다. 어린 날 나는 엄마아빠의 심정은 헤아릴 요량 없이 그저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바빴고 엄마아빠의 손을 놓고 달려간 끝은 언제나 꾸중이었다. 그럼 나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던 기억, 내 눈물은 항상 아빠의 손수건에 하나둘 찍혔다. 훌쩍임이 잠잠해졌다 싶으면 마지막으로 아빠의 “흥해, 흥!”하는 말과 함께 코를 팽하고 풀었다. 한바탕 울고 난 나의 눈물과 콧물을 야무지게 닦아주고서 아빠는 축축해진 손수건을 다시 반듯하게 개어 바지 뒷주머니에 넣었다.
모처럼 나들이에서도 어김없이 혼이 났고, 딸의 기분이 처질 것을 걱정해 좋아하는 군것질거리를 사주셨다. 아빠랑 외출할 때면 나는 항상 아이스크림을 고집했다. 감기를 달고 살았기에 여름이 아니고서야 엄마와 있을 때는 먹을 수 없었다. 반대로 아빠는 한겨울이 아닌 다음에야 어지간해서는 딸이 먹고 싶어 하는 걸 사주셨다. 방금 혼이 나고도 아빠 다리에 태평하게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먹는 속도가 느려 아이스크림이 녹아 손에 줄줄 흘러내리면 아빠는 다시 넣어둔 손수건을 꺼냈다. 아빠가 손을 닦아주는 동안에도 나는 아이스크림에 열중했고, 내가 다 먹고 나면 아빠는 손을 닦던 손수건으로 단내 나는 입도 깨끗이 닦아주셨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손수건에 아이스크림까지 더해졌으니 위생상으로는 깨끗할 리 없지만, 아빠는 딸아이의 얼굴을 정성스레 닦고 또 닦아주셨다. 그때는 그게 너무 당연해서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서툴던 아빠의 애정이 담긴 행동이자 유난히 많이 혼냈던 막내딸을 달래는 방법이었겠다. 나의 눈물과 콧물이 잔뜩 밴 손수건을 엄마는 다시 정갈하게 다려 아빠에게 전한다. 지금도 아빠는 어딜 가나 손수건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신다. 아직도 내가 손을 씻고 나면 손수건을 전해주시는 그 손길에서 여전히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
손수건을 볼 때면, 엄마가 갓 다려낸 손수건의 포근한 감촉과 눈물 콧물을 닦아주던 아빠의 손길이 생생히 떠오른다. 나에게 있어 손수건은 엄마아빠의 사랑이기에 예쁜 손수건을 보면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 엄마처럼 다림질은 못 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그것을 곱게 접어 서랍 한쪽에 소중히 간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