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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것들

by 박수민

첫 번째 이야기 [2024. 1. 17. 수]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남자 주인공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물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사랑뿐만 아니라 여러 감정들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도 하더라.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음식, 옷 입는 취향까지 천천히 바뀐다. 꼬마일 때는 나는 가지나물을 좋아했다고 한다. 가지의 맛을 좋아했다기보다는 가지나물을 잘 먹으면 엄마가 꼭 칭찬해 주었는데, 엄마의 칭찬이 좋아 잘 먹었던 기억이다. 엄마의 칭찬보다 나의 취향이 중요해진 지금에는 가지는 나물로 먹는 것보다 볶아 먹는 걸 좋아한다. 취향도 이렇게 변하는데 사람의 마음이야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바뀌지 않을까.


몇 날 며칠을 고민해서 산 원피스가 있다. 아무리 봐도 예쁘고 '몇 번을 입겠어?'라고 생각해도 그 원피스는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나는 결국 그 원피스를 샀다. 나는 키가 작은 편인데 그 원피스는 길었다. 모델이 입었을 때 긴 기장이 우아하고 예뻤다. 내가 입으니 마치 꼬마가 엄마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다. 새 옷이니 몇 번은 입었는데, 입을 때마다 키도 더 작아 보이고 해서 그 후로는 어디 있는지 조차 모른다. 그렇게 원하던 것인데 순식간에 마음이 바뀌었다. 옷에 대한 마음이 바뀌는 것은 사실 흔하다. 잘 입지 않는 니트였는데, 친구가 "잘 어울린다"라고 해주면, 어쩐지 더 손이 가게 되는 식이다.


사물에 대한 마음이 떠나는 건 괜찮지만,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묻는 상우처럼 마음이 변할 때 오는 타격감은 크다. 나이가 한 살 두 살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친구든, 사랑이든 예전처럼 목을 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주 친한 친구라도 아무것도 아닌 일로 서로 사이가 멀어지기도 하고, 말 한마디로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안 볼 것처럼 날을 세우며 싸우기도 하는 것이다. 평생 갈 줄 알았던 친구는 일 년에 한두 번 연락할 정도로 사이가 소원해지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때론 슬퍼진다. 나와 가까웠던 것들이 자꾸만 내게서 멀어져 갈 때 상실감을 느낀다. 그렇다고 그것을 손에 꼭 쥘 마음도 없으면서. 때로는 변화하는 것들을 잘 받아들이는 게 행복해지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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