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을 항상 열심히 살았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에 매진했고, 대학생 때는 의대생 협회, 건강권 관련 의료인 모임 등 다양한 대외활동을 했다. 그러한 활동들에 지쳐 한창 번아웃과 우울증에 빠져 있을 때는 그 우울에서 기어 나오려고 발버둥 쳤다. 그 당시에는 정신분석 상담이 많이 도움 되었다.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결과를 보며 내 삶의 원동력을 얻었다.
그렇기에 나는 인생의 어떤 것이든 최선을 다하면 다 될 거로 생각했다. 정신분석을 받으면서도 노력하면 쉽게 내 성격의 결함들이 나아지겠다고 생각했고, 상담 초기와 다르게 뚜렷한 차도를 보이지 않자 답답해했다. 그러한 불만을 말하니 의사 선생님은 현재의 상담은 이전처럼 빠른 효과를 볼 수는 없다고 말씀하셨다.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을 같이 이야기하며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그 상황이 애매모호해서 어려웠다. 나는 지금까지 노력해서 나아지는 과정에 익숙했지, 나아갈 방향 및 내가 할 행동이 명확하지 않을 때 어쩔 줄 몰라했다. 결국 정신분석 상담은 끝났다. 의사 선생님이 내가 상담받을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거절당한, 파양 당한 강아지의 기분을 느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정신분석의 높은 가격에 허덕이던 나는 그 후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받으러 갔다. 목적은 비슷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성격상 결함들을 없애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나의 불안정함을 해소하고 싶었다. 상담에서도 빠른 개선은 없었다. 다만 나의 모습들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말을 하면 상담 선생님은 내 생각이나 행동 중 좀 일반적이지 않은 지점을 짚어주셨다.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해서 그런지, 맘 편하게 가서 이야기했다. 매주 내가 나아지는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를 알아가는 시간, 나에게 정성을 들이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상담을 다니고 있다.
저번 상담에서는 내 고민을 털어놨다.
“선생님, 전 지금까지 목표를 딱 잡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에 익숙했어요. 제가 잘하는 것 중 하나죠. 그런데 지금은 참 어려워요. 저의 문제점은 알겠지만,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잘 모르겠어요. 방법만 뚜렷해도 참 좋을 텐데요. 매일 100번씩 절하라 해도 할 수 있어요. 그런 해답이 없으니 더 어려워요.
“인생의 애매모호함을 견딜 줄 알아야 해요. 이제 무하 님은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삶을 벗어날 때가 됐어요.”
애매모호함을 인정하기가 내 앞에 놓인 과제였다.
이 상담 후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마음은 좀 편해진 듯하다. 내 성격의 문제점들을 뿌리 뽑을 수는 없지만, 그럴 필요도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문제가 해결되느냐 마냐가 중요하지 않고, 그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내 마음의 태도가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조금씩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길을 걸어간다. 아무래도 괜찮은 상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