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인간」모리스 블랑쇼 읽기(15)
하지만 이 육체, 이 삶의 뒤에서 극도의 연약함으로 보이는 것이 어떤 압력으로 우리를 가로막는 방파제를 무너뜨렸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때때로 그가 말하는 중에 재빠른 층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알아챘다. 그와 그가 아닌 타자, 다른 공간, 그가 가진 쇠약함의 은밀함, 벽을 향했다. 그 벽은 내가 한 젊은 여인에게 "그가 벽을 두들겼어요"라고 말할 때의 그 벽이었다.
그가 하는 말들, 너무도 평범한 그 말들이 위협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마치 그 말들은 그를 벽 앞에 벌거벗겨 세울 듯했는데, 그가 말할 준비를 함과 동시에 말한 것을 백지화해 버리는 지워짐에 의해 표출되었다. 그런 일은 언제나 일어나지 않았지만 우리로 하여금 믿게 만드는 것인데, 그가 말하고, 듣고, 우리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경청할 때, 우리와 모든 사물, 마찬가지로 우리 이상의 것, 우리를 둘러싼 공허의 무한하고도 살아 움직이는 동요가 일어났다.
그는 그녀에게 말하는 것을 빼먹지 않았고, 그녀 역시 그에게 말 걸며, 그를 보자마자 그의 곁으로 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무도 그들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녀는 얼마나 젊었던지, 그녀의 젊음은 너무도 생기 있고 아름다운 반면, 그리 나이가 많지 않은 그 남자는 이상하게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아서 이 부조화는 이목을 끌 여지가 없었다.
그 관계는 그녀가 다른 이들과 맺는 관계들을 거의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나는 그러한 관계들에 별 호기심이 나지 않았다. 내가 거기서 배제되었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고 오히려 반대로 그녀가 맺는 그러한 관계들이야말로 잔인하게도 비인간적인 것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훨씬 더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자유를 누리며, 그녀가 나를 보고 있었다고 상상한 그 지점까지 나아가야 한다.
(36~38p)
1.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죽어감과 생기 넘치는 젊음은 '잔인한 관계'이다.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미학의 전도. 비밀스러운 계시이자, 응답하는 소리는 그들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평범한 일상성이 지극히 높음과 함께 있는, 기이한 부조화. 전언철회의 형식은 '살아 움직이는 동요'이다. 그곳을 향한 '완벽한 경청'이자, 무한한 대화. 공허 속의 믿음은 우리를 향한 사랑이다.
"오직 그를 믿어야만, 그의 선함과 지혜로움을 통찰할 수 있다" _키에르케고르
2.
'쇠약함의 은밀함'은 모나드를 부순다. 타자의 얼굴은 전체성 앞에 비밀스러운 약함으로 나타난다. 언제든 고개를 돌려버릴 수도 있는 연약함. 무한히 요동치는 감정은 익히 알고 있는 문장으로부터다. '살해하지 말라'.
어떠한 도덕도 아닌, 윤리적 의무도 아닌. 절대적으로 다른 '층위'의 언어. 지극히 높은 자는 모든 벽을 부수고, 어떠한 매개도 없이 그녀의 중심에 도착한다. 나를 '벽 앞에 벌거벗기는' 가장 약함. '최대한의 자유'는 최대한의 의무로 변용된다. 무한한 유책성, 에로스의 극단적 시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