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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May 03. 2024

차가운 열정은 피 묻은 장미를 머리에 쓴다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읽기(11)



1.

내게 장미관을 씌워 주오

진실로 내게 씌워 주오

장미관을 -

시드는 장미들

면전에서 그토록 일찍

시들어 가는!

- 텅 빈 무덤. 순식간에 사라진 현전은 '없지 않음'으로 남았다. 정처 없는 기다림, 서늘한 망각을 강요받는. 가시만 남은 가지는 파헤치는 손을 붉게 물들인다. 무성한 수풀 사이를 계속해서 더듬는. 차가운 열정은 피 묻은 장미를 머리에 쓴다. 


2.

나는 내 미래보다

찰나에 대해 덜 울지

보편적인 운명을 진

텅 빈 하찮은 예속자

- 운명 앞에 피할 곳 없는. 보편성이라는 폭력은 무감하게 다가온다. 오직 찰나의 순간 완성될 영원의 감각. 확고한 미래가 아닌 도약은 우리를 그곳으로 데려간다. 텅 비어 있을 뿐인, 장소를 잃은 장소. 하찮은 예속자는 그곳에 없다.


(143~1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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