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가려는 자는 독수리처럼 심연에서 솟아오른다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읽기(12)
1.
진지한 것들을 전부 우리와 별 상관이 없게,
심각한 것은 무겁지 않게
본능들의 자연스러운 충동이
근사한 게임을 두고자 하는
(한가로운 나무 그림자 아래)
무용한 쾌감에 양보를 하게
- 중력의 악령에 붙들리지 않는 존재. 계속해서 건너가려는 자는 독수리처럼 심연에서 솟아오른다. 무거우나 가볍고, 진지하나 무엇보다 웃긴. 낯선 충동은 유용함 너머에 있을 뿐이다. 단 한 번의 존재사건을 향한. 어떤 의미도 없는 움직임.
2.
인간들이 인생에다
보태는 것들,
내 영혼에 무슨 보탬이 되겠어?
아무것도 없어, 무관심에 대한 욕망
그리고 달아나는 시간의
게으른 확신 말고는
- '호기심, 잡담, 애매성'.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관성은 존재의 과업을 찾지 못하게 한다. '바틀비'적 '하지 않음'을 선택할 수 없게 하는. 텅 비어 있음을 직시할 수 없는 존재는 즉발적인 것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 '게으른 확신'이라는 깊은 심심함의 부재.
(153~16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