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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May 11. 2024

고독은 모두가 원하는 것에 무심하다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읽기(13)



1.

신들이 허용하기를, 내가 정을 

벗어던지고, 맨몸으로 정점의

차가운 자유를 가지도록

적은 걸 원하는 자는, 모든 걸 가지지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자는 자유롭지

- 서늘한 열정. 차가운 자유의 다른 이름은 존재사건을 기다린다. 자유의 대가를 치르며 홀로 정점으로 향하는. 지독한 고독은 다수가 원하는 것에 무심할 뿐이다. 모두를 위한 그러나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단 하나의 진리는 그의 기다림 속의 결핍을 축복한다.


2.

우리가 어디에 살든

우리는 외국인이다

모든 게 낯설고

우리말도 쓰지 않는다

남들처럼 되지 않는 것 말고 사랑이 바라는 게 뭘까?

신비 속에 누설된 비밀 하나처럼,

우리에 의해 신성하여라

- 보이지 않으며 열리는 전적인 투시. 무지의 베일은 빛의 호위 속에 아름다움을 감싼다. 계시받은 단독성으로 남들과 구별되는. 어디에 살든 외국인일 수밖에 없는 이인은 이곳에 있으며, 동시에 그곳에 있다. 같은 말을 쓰면서도 전적으로 다른. 무한에 속한 존재는 결코 유한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오직 신비속에 누설되는 비밀의 취향.  


(171~1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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