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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May 07. 2024

건너가려는 자는 독수리처럼 심연에서 솟아오른다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읽기(12)



1.

진지한 것들을 전부 우리와 별 상관이 없게,

심각한 것은 무겁지 않게

본능들의 자연스러운 충동이

근사한 게임을 두고자 하는

(한가로운 나무 그림자 아래)

무용한 쾌감에 양보를 하게

- 중력의 악령에 붙들리지 않는 존재. 계속해서 건너가려는 자는 독수리처럼 심연에서 솟아오른다. 무거우나 가볍고, 진지하나 무엇보다 웃긴. 낯선 충동은 유용함 너머에 있을 뿐이다. 단 한 번의 존재사건을 향한. 어떤 의미도 없는 움직임.


2.

인간들이 인생에다

보태는 것들,

내 영혼에 무슨 보탬이 되겠어?

아무것도 없어, 무관심에 대한 욕망

그리고 달아나는 시간의

게으른 확신 말고는

- '호기심, 잡담, 애매성'.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관성은 존재의 과업을 찾지 못하게 다. '바틀비''하지 않음'선택할 수 없게 하는. 텅 비어 있음을 직시할 수 없는 존재는 즉발적인 것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 '게으른 확신'이라는 깊은 심심함의 부재.


(153~1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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