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읽기(17)
이곳에 닻을 내린,
존재하지 않아서 존재했던 그
그의 존재 없이도 우리에게는 충분했다
오직 않음으로써 왔고
우리를 만들어 냈다
'오직 않음'의 타자는 나보다 앞서 있다. 소유하지 않음으로 당신을 소유하는. 이상한 관계는 우리의 그림자처럼 너와 분리되지 않는다. 부드러운 바람처럼 양수 안으로 흘러드는. 어떤 목소리는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은 채 울린다. 심연과 표면이 하나인 태곳적 바다. 존재했기에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장소 없음.
(184~18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