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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Jul 03. 2024

소소한 행복이란 이름의 망상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마르셀 프루스트 읽기(5)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자. 그들은 우리들의 영혼을 꽃피우는 멋진 정원사들이니까. 하지만 우리가 더 고마워해야 할 이들은 우리에게 무관심하거나 냉혹하게 대했던 여인들이며, 또는 마음에 상처를 준 잔인한 친구들이다. 그들은 우리의 심장을 조각조각 내어 황폐하게 만들어 버렸다. 나무줄기를 통째로 뿌리 뽑고, 자잘한 가지들마저 쳐 버린 그들은 마치 수확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질 좋은 씨앗을 몇 개 뿌려 놓은 모진 바람과 같은 존재다.

커다란 불행을 가려 주고 있던 소소한 행복들을 모두 부숴 버리고, 우리의 마음을 우울하고 헐벗은 광야로 만들면서, 그들은 우리가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성찰하게 부추긴다.


  비극적 와해. 잔혹한 사건은 우리를 황폐하게 만든다. 도저히 새롭게 시작할 수 없는 존재에게 다가온. 재앙의 아름다움은 불타버린 재 속에 '질 좋은 씨앗'을 뿌려놓는다. 재가 되지 않고 결코 다가갈 수 없는 절대적 능. 지금 이곳에 '소소한 행복'이란 망상은 머물지 못한다. 더 이상 꿈꿀 수도 없는 지독한 고립. '헐벗은 광야'를 정처 없이 도는 이가 느닷없이 발견하 행복의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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