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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Jul 01. 2024

난파된 섬을 찾아 헤매는, 이상한 권태

「목신의 오후」 스테판 말라르메 읽기(2)



나는 떠나리라! 너의 돛을 일렁이는 기선이여, 이국의 자연을 향해 닻을 올려라! 잔혹한 희망에 시달리는 어느 권태는 아직도 손수건의 그 지극한 이별을 믿고 있구나! 그런데, 돛대들이 이제 폭풍을 부르니 어쩌면 바람에 기울어 난파하는 돛대들인가. 길 잃고 돛도 없이 돛도 없이, 풍요로운 섬도 없이..... 그러나, 오 나의 마음아, 뱃사람들의 노랫소리를 들어라.


  오디세우스는 결코 할 수 없는 모험. '뱃사람의 노랫소리'는 파멸의 음악으로 다가간다. 길을 잃고 돛을 상실할 때만 가닿는. 잔혹한 희망은 결코 출항한 장소로 돌아오지 않는다. 오직 난파된 섬을 찾아 헤매는, 이상한 권태. 단 한 번의 만남은 폭풍을 요청하며, 일렁이는 파도 사이로 뛰어든다.


(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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