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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는지 Oct 11. 2023

동남아는 왜 선진국들의 쓰레기 매립지가 되었나

쓰레기를 수출합니다

많은 분들이 '쓰레기 산' 이미지를 떠올리면 흔히 개도국에 위치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쓰레기 더미를 머릿속에 그린다. 개도국의 경우 선진국보다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 미흡하기도 하고 경제성장 속도가 선진국들보다 빠른 개도국의 경우 쓰레기 발생량 자체가 많은 수 있다 (쓰레기 발생량은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더 가중되는 요인은 선진국에서 물건너 수입해오는 쓰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사실 중 하나는 쓰레기가 수출입이 가능한 품목이라는 것이다. 주로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폐기물이 이동하는데 선진국들이 폐기물을 개도국으로 수출하는 이유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처리 비용 문제

폐기물을 국내에서 처리하는 것보다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이로 인해 폐기물을 더 낮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개도국으로 폐기물을 판매한다.


둘째, 규제 미흡

많은 개도국에서는 폐기물 관련 규제가 미흡하다. 이로 인해 선진국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폐기물 처리 방법이나 기술이 개발도상국에서 사용될 수 있다. 더구나 개도국의 경우 폐기물의 위험성이나 올바른 처리 방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관련정보가 부족하다. 


셋째, 원자재 수요 

특정 국가가 재활용 가능한 소재나 유용한 원자재를 회수하려는 경우, 해당 국가에 있는 재활용 시설로 폐기물을 수출한다. 세계적으로 폐기물 원자재 수요가 높은 나라들은 주로 아시아에 분포하며 주로 개도국들이다. 


물론 이러한 폐기물의 수출수입은 국제법으로 관리되고 있다. 원자재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이거나 건강이나 환경에 위험성이 있는 폐기물 등은 국제환경협약인 ‘바젤협약’에 따라 제정된 ‘폐기물국가간이동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동안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국이었다. 빠른 산업화와 함께 중국은 많은 원자재가 필요했고, 재활용 폐기물은 그 원자재의 중요한 공급원이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서구 국가들은 재활용 폐기물을 중국으로 수출해왔다. (참고로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많은 양의 재활용 폐기물을 수입하는 국가로, 특히 전자 폐기물에 대한 수요가 높다.)  


하지만 수입된 재활용 폐기물 중 많은 부분이 적절하게 처리되지 않고 이로 인해 중국 내에서 환경 오염이 가중되어 환경에 큰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중국 내에서는 국내 재활용 산업을 강화하고 더이상 외국에서 들여오는 폐기물 원자재가 아닌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더 효과적으로 처리해야하는 필요성이 점점 커지게 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결국 2018년, 중국정부는 칼을 빼들었다. 재활용 폐기물의 수입을 크게 제한하는 National Sword policy (국가 검열 정책)을 발표하며 강력한 규제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재활용 폐기물 수입국이었던 만큼 중국의 National Sword policy (국가 검열 정책)은 이후 전 세계 폐기물/재활용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다. 이로 인해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재활용과 폐기물 관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하게 되었다. 


2018년은 개인적으로 회사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던 해이기도 했는데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폐기물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첫 출장을 갔고 프놈펜에 있는 쓰레기산을 직접 방문하고 지자체 관계자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더불어 한국에서도 이러한 파장으로 인해 국내 쓰레기 문제가 대두되면서 여러가지 사회문제가 생겼다. (이로인한 한국 국내에서의 파장효과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글을 써보겠다.) 


중국이 대량의 재활용 폐기물을 수입하지 않게 되자 재활용 폐기물을 수출하던 국가들은 이를 처리할 장소를 찾기 어려워졌고 그에 대한 대안책으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결국 2018년 이후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개도국들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국제법에 의거해 합법적 절차를 따른 수출입만 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2018년 이후 불법적인 경로를 통한 국가 간 폐기물이 이동하는 경우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개도국에서는 폐기물 처리에 대한 규제가 부재하거나 미흡해 불법적으로 폐기물 수입을 하는 업체가 생기고 선진국에서는 갑작스럽게 국내에서 처리해야하는 폐기물량이 증가하면서 이것들을 처리할 쓰레기 처리시설 과포화 및 비용문제로 불법적으로 쓰레기를 수출하는 업체들이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경 간 폐기물 이동을 모두 통제하고 감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법적인 폐기물 이동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쓰레기 불법 수출입은 국가 간 외교문제로까지 번졌다. 우리나라도 불법으로 쓰레기를 수출하다가 필리핀의 환경시민단체에 발각된 아주 부끄러운 사례가 있다. 바젤협약에 따라 필리핀 민다나오섬으로 수출된 쓰레기는 재활용을 위한 분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불법 수출입으로 간주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환경부 대표단이 파견되기도 했다. 


경향신문 기사 캡쳐. 원문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001201544001#c2b




알아두면 좋은 쓰레기 상식!


쓰레기나 폐기물의 국제적인 이동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각 국가의 정책 및 규제, 국제 협약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 중 관련된 최초의 협약은 바로 '바젤협약'이다. 


바젤협약

1980년대, 여러 개발도상국으로의 유해 폐기물 수출이 대두되면서 이러한 활동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이러한 배경으로 국제적으로 유해 폐기물의 국경 간 이동과 그 처리에 관한 합의인 바젤협약이 1989년에 스위스의 바젤에서 채택되고 1992년에 발효되었다. 

'채택'은 협상에 참여한 국가들이 공식적으로 승인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 
반면, '발효'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다시말해, 채택은 합의가 문서로서 최종 승인되는 과정이며 발표는 그 합의로 이루어진 협약이 법적 효력을 갖기시작하는 시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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