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나요?
기혼자라면 미혼 친구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 번쯤 받아봤을 거다.
"결혼 추천해?"
대부분은 (신혼이라는 가정하에) 장난스럽게 망설이다 결국 "추천한다"는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아기 낳는거 추천해?"라는 질문은 다르다.
일단 그렇게 묻는 주변인 조차 흔치 않다.
왜냐하면 '결혼'이라는 주제의 무게감과 '출산, 육아'의 무게감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답변하는 사람들인 양육자들 역시 이에 대한 답변이 선뜻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이미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쳐있다.
추천한다 하더라도, 아이를 보며 웃는 눈빛 뒤로는 깊은 피로가 배어 있다.
삐죽삐죽 자란 산후탈모 머리칼과 며칠째 같은 잠옷, 그리고 희미한 아기 젖내가 그들의 하루를 말해준다.
이런 모습으로 "행복해! 아기 낳는 걸 추천해!"라고 말한다 해도, 정말 설득될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아이를 낳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양육은 고되고, 때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처럼 느껴지지만, 이상하게도 많은 부모들이 대답을 망설인다. 이제 아이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말이다.
이런 모순적인 감정은 왜들까, 이런 생각을 주변인, 그리고 나의 딸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극강의 N인 나는 종종 딸아이가 장성했을 시점의 나와 남편의 모습을 그려보곤 한다.
가까우면서도 먼 미래에 딸아이가 공부는 잘하지 못하더라도 건강하고 밝게 크면서 평범한 삶을 일궈나가고,
내가 결혼한 나이와 비슷한 나이가 됐을 즈음 좋은 인연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고,
그 결혼식에서 딸아이를 위한 축사를 하는 상상까지 한 적이 있다.
그때 읊을 축사를 정리했는데,
내가 생각한 결혼, 육아의 차이를 정리한 답변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윤아,
엄마는 스무 살 때, 혼자 자유를 만끽하며 정말 즐거웠단다.
마치 빈 도화지 위에 스케치를 그리는 느낌이었지.
미혼 시절, 나의 삶은 가능성이 무한한 커다란 도화지 같았어.
새로운 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재료로 그림을 그려가는 기분이었단다.
그러다 너희 아빠를 만나고 연애하고, 결혼했을 때는 그려진 스케치 위에 알록달록 채색을 하는 기분이었어.
수채화같은 성격의 너희 아빠를 만나 엄마의 그림도 한결 부드러워지고 풍성해졌지.
그리고 네가 태어나면서, 엄마의 인생은 정적인 작품에서 영화처럼 변했단다.
고요하던 그림이 움직이고, 소리가 들리고, 감정이 요동치고,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가 펼쳐졌어.
순간의 감정과 사진같은 추억들로 가득찼던 엄마의 인생이 언젠가부터 너가 걸음마를 하고 엄마라고 말하고 혼자 밥을 먹고 하는 영상으로 기억되더라.
결혼으로 인해 너가 그려나갈 도화지의 크기는 더이상 커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당장은 서로가 칠해주는 색이 맘에 안들지 모르겠지만,
훗날 새로운 아름다운 작품으로 성장해 있을거야.
혼자였던 시절, 사랑하는 이와의 삶, 가족을 꾸린 지금.
모두가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야.
사랑하는 네가 만들어갈 길도 하나의 걸작이 되길 바란다.
너의 결혼과 새로운 시작을 진심으로 축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