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놀우 Feb 07. 2022

#6 방사성 요오드 치료

200 큐리 고용량

수술 후 회복은 금방 됐다. 개복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목의 상처도 금방 아물었다. 흉터 치료를 위해 목에다 투명 밴드 같은 것을 붙였는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귀찮아서 잘 안 하게 됐다.


갑상선암 수술이 끝나고 나면 방사성 요오드 치료라는 것을 한다.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방사선 치료와는 다른 치료다. 갑상선 세포가 요오드를 좋아하는 성질을 이용하는 치료인데, 효과가 아주 좋다고 한다. 매일 먹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끊고 2주간 저요오드식을 하면 몸이 요오드를 굉장히 원하는 상태가 되는데, 그때 방사성 요오드를 먹으면 갑상선암세포가 그 요오드를 빨아들여 결국 암세포가 사멸한다는 원리다. 갑상선암은 항암 치료라는 것이 딱히 없기 때문에 수술과 방사성 요오드가 치료의 전부였다.


먼저 매일 먹는 씬지록신을 끊었다. 씬지록신은 몸에 오래 남아있기 때문에 입원 5주 정도 전부터 끊고, 대신 테트로닌이라는 약을 먹었다. 테트로닌은 씬지록신에 비해 몸에서 금방 사라진다. 그렇게 3주 정도 테트로닌을 복용하고 입원 2주 전부터는 테트로닌도 마저 끊고 저요오드식을 시작해야 했다.


일반적으로 가정집이나 식당에서 많이 사용하는 천일염에는 요오드가 함유돼있어서 음식을 전부 새로 만들어 먹어야 했다. 다행히 어머니가 같이 생활하시면서 요리를 해주셨다. 하루에 먹을 수 있는 고기와 과일의 양들이 정해져 있어서 맛없는 음식 때문에 꽤나 고생했다. 맛없는 거야 그래도 참을 수 있었지만, 약을 끊으면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왔는데 그게 가장 힘들었다.


내가 발병하기 전에 유독 집중하지 못하고 졸려하고 피곤해했던 것이 이 갑상선 기능 저하증 때문이었다. 그 기분을 다시 맛보아야 했다. 몸에서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지면 몸이 정말 피곤해진다. 내 몸이 오래된 밧데리인데 방전이 빨리 되는 느낌이었다. 충전하자마자 방전되고, 다시 충전하자마자 금방 방전되는 그런 느낌. 입원하기 전까지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암 관련 유튜브 보다가 자는 게 다였다.


저요오드식 2주도 금방 지나가고 또다시 입원을 했다. 뼈 전이가 있기 때문에 200 큐리 고용량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방사성 요오드 약 한 알만 먹으면 되는데 입원을 하는 이유는 내 몸에서 방사능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2박 3일 동안 1인 병실에 격리해놓는다. 3일 뒤 방사능 수치가 떨어지면 퇴원을 하고, 그 뒤 일주일 정도는 가족과도 2미터 이상 떨어진 상태로 지내야 했다. 


노트북과 HDMI 선을 챙겨가서 병실에 있는 TV와 연결을 했다. 넷플릭스를 실컷 볼 생각이었다. 드디어 약을 먹는 시간이 되었다. 남자 간호사는 나를 침대에 그대로 있으라고 지시하고는, 방사능 요오드가 담긴 카트를 가져와 병실 가운데에 놓았다. 약을 어떻게 먹는지 설명해주고는 입구 쪽으로 돌아가서 나보고 카트 쪽으로 오라고 했다. 약에서 방사능이 나오기 때문에 약에서 떨어진 상태에서 나에게 지시를 했다. 물과 함께 알약을 한 번에 삼키라고. 알약을 잘 먹는 편이라 순식간에 삼켰다. 간호사는 나를 다시 침대 쪽으로 가라고 지시하고는 카트 위에 놓인 알약 박스를 가지고 나갔다. 이제 2박 3일 동안 완전히 혼자 지내야 했다.


약이 잘 퍼지라고 스쿼트를 하면서 TV를 보았다. 아무 느낌이 없었다. 1시간, 2시간이 흘러도 아무 느낌이 나질 않았다. 그러자 순간 내가 약을 먹은 게 맞나 의심이 되었다. 워낙 순식간에 약을 삼켜서 물만 마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 느낌이 없는데, 제가 약 먹은 게 맞나요?"

"원래 아무 느낌 없어요"

아. 그렇구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침샘염을 유발하는데, 그걸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레모나를 먹어야 했다. 침을 계속 분비시키기 위해서 신 것을 먹는 원리였다. 마치 삼국지의 조조가 저 산 너머 매실밭이 있다고 구라를 친 것처럼. 처음에는 좋다고 먹었는데 먹다 보니 이가 시리기 시작했다. 3일째에는 이가 너무 시려서 레모나를 먹는 게 너무 괴로웠다. 레모나와 신 과일이 이를 마모시켜 신경을 건드는 것 같았다. 그래도 침샘 기능이 떨어지면 영원히 회복되지 않는다고 해서 억지로라도 먹었다. 미각도 상실되었는지, 병원밥이 너무 맛이 없었다. 이렇게 맛이 없는 걸 어떻게 먹지? 하지만 그래도 이것 역시 억지로 먹었다. 하루라도 빨리 건강해져야 되니깐.


다행히 큰 문제없이 정상수치로 방사능 수치가 떨어져서 퇴원을 했다. 퇴원 날부터 갑상선 호르몬 약을 다시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갑상선 기능도 조금씩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퇴원 후 5일째 다시 병원에 가서 몸에 방사성 요오드가 잘 퍼졌는지 확인하는 SPECT-CT를 찍었다.


결과를 확인하는 날.

"음... 흉추에도 암세포가 있네요. 크기가 작긴 한데 방사선 종양학과 연결해드릴게요"

"네? 요추 말고 흉추에도 있다고요?"

CT에는 흉추 쪽에도 암세포가 보였다. 전에 찍은 PET CT에서는 안 보이던 암세포였다. 날벼락이었다. 허리에 통증도 줄어들었고, 방사성 요오드 치료까지 잘 마치면 곧 낫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암세포 추가 발견이라니.


방사선 종양학과 선생님은 요추와 흉추에 있는 암세포에 방사선 치료를 10회 하자고 했다. 통원치료였다. 암담했다. 나름 몸 관리를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계속 암세포가 퍼지고 있는 거라면 어떡하지? 추가 전이를 막지 못하면 정말 큰일이 날 텐데...


너무 놀라서 연대 의대를 나와 용인 세브란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놀우회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흉부외과라 갑상선암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주변에 의사들이 많으니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세브란스병원끼리는 검사 결과를 공유할 수 있어서 친구는 신촌 세브란스에서 근무하는 방사선종양학과 친구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


다음날 바로 전화가 왔다.

"내 친구가 차트를 봤는데...  너처럼 갑상선암에서 척추에 전이돼서 방사선 치료까지 하는 케이스는 좀 드물긴 하다고 그러거든? 그래서 예후가 어떨지는 자기도 모르겠대. 아직 젊으니까 좀 지켜봐야 될 것 같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펫씨티보다 스펙트씨티가 더 정확도가 높대. 그래서 흉추에 있는 암세포가 원래 있었던 거일 가능성이 있댄다"


정말 그래야 할 텐데. 아니라면 정말 큰일이다. 지금까지 식습관, 생활 습관 전부 개선했지만, 뭔가를 더 조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작가의 이전글 #5 수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