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femicide
「2023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 공동행동 - ‘젠더폭력, 누가 죄인인가’ 이연수 발언문」
안녕하세요. 저는 인권활동가이자 mtf 트랜스젠더인 이연수라고 합니다. 며칠 전인 11월 20일에는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 있었습니다. 혐오와 폭력으로 인하여 세계적으로 매년 수백 명의 트랜스젠더들이 살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1월 25일인 오늘은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입니다. 태어났을 때 여성으로 성별을 지정받아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이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수많은 혐오와 차별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고, 폭력으로 인하여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여성이 여성성 규범을 따르면 따르는대로 폭력을 당하고, 여성성 규범을 거부하면 거부하는대로 폭력을 당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소위 ‘묻지마 폭행’,‘묻지마 살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범죄들은 사실 정말로 ‘묻지않는’게 아닙니다. 가해자들은 범죄대상을 물색하며 저 사람이 자기보다 덩치가 큰 지, 자기가 힘으로 제압할 수 있을지를 마음속으로 수십 번을 물어봤을 것입니다. 또한 그런 범죄들은 남성으로 보이는 사람보다는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을 향해 이루어집니다. 약자를 함부로 대하고,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사람이 아닌 성적대상으로만 보는 이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매일매일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폭력은 소위 말하는 ‘생물학적 여성’만이 타겟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태어났을 때 여성으로 지정받지 않았더라도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여성성을 수행하는 사람, 여성으로 사회화되고 여성으로 보여지는 사람들 모두가 기득권 남성들에 의해 성폭력이나 혐오범죄의 대상이 됩니다. 트랜스여성이 충분히 여성으로 인정받을 때와 여성으로 인정받지 못할 때 당하는 폭력은 모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와 연관이 있습니다. 여성혐오는 시스젠더여성과 트랜스젠더여성 모두를 억압하고 있는 것입니다. 2016년 5월 17일, 이 곳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여성혐오 살인사건이 있었습니다. 가해자인 남성은 남녀공용화장실에 숨어서 6명의 남자가 지나갈때까지 기다렸다가, 7번째로 들어온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였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성별을 염색체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 그저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이었기에 살해한 것입니다. 트랜스여성인 제가, 여성으로 보이는 외형을 가진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저 또한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도 운좋게 살아남았습니다. 올해는 그 강남역 사건 7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7년동안 수많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왔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누가 죄인인가?” 라고 묻는다면 이러한 젠더폭력을 외면하고 책임지지 않는 국가,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는 국가가 죄인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모든 여성과 소수자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든 폭력이 추방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껏 투쟁하고 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구호 한 번 외치고 마무리 하겠습니다. 끝에 ‘추방하라’ 네 글자를 세 번 따라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국가가 죄인이다! 젠더폭력 추방하라!” (추방하라 x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