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수 Jun 24. 2024

<나의 트랜지션 일기> 62장: 트랜스젠더 혐오(2)

돌아갈 수 없는 죄인들

[62장: 트랜스젠더 혐오(2)]



모두가 알고 있듯이 성소수자의 존재를 가장 극렬하게 혐오하고 반대하는 집단은 보수 개신교 집단이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릴 때마다 개신교 혐오세력들이 와서 반대집회를 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우리의 행사를 방해하고 괴롭힌다. 수백, 수천 명의 개신교 혐오세력이 몰려와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모욕하고, 길을 막고,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가장 극심했을 때는 아예 행사가 무산되기도 했다. 많은 성소수자들이 개신교인을 무서워하거나 반감을 갖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나 또한 퀴어문화축제에 단지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쌍욕과 부모욕을 듣고, 등짝을 맞은 적도 몇 번 있어서 무섭다.


혐오세력은 성소수자 집단의 전체를 반대하고 혐오하는 것이긴 하지만, 사실 주로 타겟팅 하는건 동성애(자) 이다. 반대현장에서 그들이 주로 외치는 구호는 “동성애 반대”, “동성애는 죄다”, “동성애를 하면 가정이 무너지고 나라가 무너진다” 등이 있다. 더 원색적으로는 항문성교 운운하기도 하니, 그들이 생각하는 성소수자는 주로 남성 동성애자인 것 같다. 성소수자도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왜 그들은 게이밖에 모를까. 존재에 반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거긴 하지만 반대를 할거면 제대로 알아보기라도 해야하는 것 아닐까. 모를 수 있다, 몰라도 된다는 그 권력과 게으름이 화가 나기도 하고, 다양한 세상을 보지 못하는 그 편협함이 안타깝기도 하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공격도 물론 있다.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만들었는데 제3의 성이 어떻게 존재하냐’, ‘성별을 바꾸는건 창조질서에 어긋난다’ 는 식의 논리이다. 개신교 혐오세력은  동성애자를 ‘치료’ 해서 이성애자로 돌아오게 만들겠다는, ‘전환치료’ 라는 이름의 폭력을 자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트랜스젠더에 대한 전환치료도 존재한다. 자신한테 원래 주어진 성별대로 순응하고 살게끔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과거엔 동성애자였으나 회개하여 ‘탈동성애’를 했다고 간증하는 형제자매님들이 계신데, 마찬가지로 ‘탈-트랜스젠더’를 했다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 당사자성을 혐오에 이용하는 분들이 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검열하고 자책하며 괴로워했을테니까.     


가끔 동네를 걷다보면 동네 어르신들이 나에게 “예쁜 아가씨 교회 다녀요~” 라고 포교를 할 때가 있다. 그럴때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서도 그렇게 친근하게 대하실까 의문이 든다. 나는 이미 수술도 해버려서 ‘탈-트랜스’도 할 수 없는데, 나같은 사람은 교인이 되고자 해도 받아들여질 가망이 없는 것 아닌지. 그렇다면 존재 자체가 죄인걸까. 하지만 기독교에서는 주님 앞에서 모든 사람은 죄인이라고 하는데. 그렇기에 주님의 보혈을 믿음으로써 구원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건데.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뭐 어차피 교리의 문제가 아닌건 알고 있다. ‘성경에 죄라고 써있기 때문’ 은 핑계이고, 그들은 사실 그저 손쉽게 정죄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한 것 뿐이다. 어떤 집단을 타자화하여 정죄함으로써, 공공의 적을 만듦으로써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얄팍한 계략이다. 성소수자들이 죄를 짓는 것이라면, 그 논리대로라면 기독교 안에서 주로 목회자들이 저지르는 세습이나 비리, 권력형 성범죄 같은 행위부터 제대로 징계해야 한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 곪아터져 썩어나가는 문제들은 하나도 해결하지 않은 채 성소수자들과 앨라이 교인들만 쥐잡듯이 잡으니 그 행태가 참으로 졸렬하고 한심하다.          


나는 성소수자 정체성을 갖기 전부터 기독교인이었는데, 나는 사실 예전부터도 별 생각이 없었다.

동성애에 대해서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건데 뭔 대수인가 싶었고,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는 그냥 힘들겠거니 싶었다. 그래서 나는 성소수자를 욕하는 기독교인들이 예전부터 이해가 안갔다. 대학교 시절에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는 동성애를 주제로 세미나까지 했었다. 동성애가 이러이러해서 해로우니 반대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점잖은 교인들은 그들을 정죄하지 말고 불쌍하게 여기자고 했다. 그 당시는 내 정체성을 찾기 전이었지만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편협하고 오만한 그들의 태도에 몹시 화가 났다. 그래서 반론을 제기하다가 공격을 받기도 했다.       


내가 나로 살고자 하는 것, 내가 누구를 사랑할지 정하는 것은 치료해야 될 질병도 아니고 회개해야 될 죄도 아니고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성소수자들에게 ‘다시 주님께로 돌아오라’ 고 하지만 애초에 우리들은 주님을 떠난 적이 없다. 하느님이 이 세상과 인간을 모두 만드셨다면,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를 포함한 모든 성소수자들도 다 하느님이 만드신 위대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를 모욕한다는건 곧 그들이 믿는 하느님을 모욕하는 것과 같다. 부디 그들이 혐오와 편협함에서 돌이켜 회개하고 다시 주님께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 mtf 유머 >   

A: 목사님, 저는 제가 지금까지 남자를 좋아하는 동성애자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역시 이성애자인 것 같습니다.     

목사: 오오, 잘못된 길에서 드디어 돌아섰군요! 축하드립니다 형제여!

A: 제가 여자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