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 Kim Dec 17. 2024

덤과 에누리가 있는 삶

일상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자연스럽게 내뱉거나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그것은‘조금 더 주세요.’, ‘조금만 깎아주세요.’라는 말이다. 


어떤 배경에서인지는 몰라도 이런 말은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외국인들이 먼저 배우는 말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조금 더 주세요.’라는 말과 ‘조금만 깎아주세요.’라는 말은 덤과 에누리로 표현해 볼 수도 있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덤은 제 값어치 외에 조금 더 얹어 주거나 보태는 것을 의미하며 에누리는 제 값보다 조금 더 깎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주로 시장이나 식당에서 “조금 더 주세요.”라는 말은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런 말을 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나오면 그야말로 감동이다. 반면 야박하다싶을 정도로 나오면 추가적으로 더 받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한편 “조금만 깎아주세요.”라는 말은 일상에서 무엇인가에 대한 값을 치룰 때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간에 적잖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대부분의 경우에는 서로가 생각하는 적당한 수준에서 자연스럽게 조율이 이루어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제 값에 비해 무엇인가를 더 받거나 혹은 제 값보다 싸게 얻으면 기분이 좋다. 어떤 경우이건 기대한 것 이상의 결과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덤과 에누리가 있는 곳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생각나고 다시 찾게 된다. 물론 지인들에게 소개시켜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물적인 거래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인적인 관계에도 덤과 에누리는 많은 영향을 미친다.     


돌이켜봤을 때 생각나는 사람,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다시 찾게 되는 사람 그리고 주변의 지인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덤과 에누리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덤과 에누리가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한마디로 기버(giver)다.


덤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시간이나 재능, 노력 등을 상대방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제공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자기 자신보다는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고 그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에누리가 있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들은 상대방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이나 가져야 할 것을 자연스럽게 양보하는 것에 익숙하다.


주변을 살펴보면 이런 사람들이 꽤 있다. 대표적인 사람을 꼽으라면 부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덤과 에누리의 공통점은 더 줄 것인지 혹은 덜 받을 것인지를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으로 인한 결과는 오롯이 자신이 가지고 가는데 이는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이쯤에서 스스로를 돌아보자. 에게는 덤과 에누리가 있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타인과 함께 살아가면서 내가 더 보태거나 줄 것은 무엇이고 덜 받거나 더 깎을 것은 무엇인가? 혹여 보태야 할 것과 깎아야 할 것이 뒤바뀌지는 않았는가?


올 한 해를 되돌아보는 주제 중 하나로도 적정할 듯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