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관찰과 객관적 관찰
때때로 사람보는 눈이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어떻게 가능한지 그 이유나 방법을 물어보면 척보면 안다는 답을 듣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콜드 리딩(cold reading)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그 사람의 심리나 생각 또는 행동 등을 추정하거나 추측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다.
결과적으로 보면 사람보는 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보는 눈은 관찰할 수 있어야 가질 수 있다. 관찰은 사람이든 사물이든 혹은 다른 무언가를 접했을 때 의도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물론 사람마다 관찰의 폭과 깊이는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은 차이는 주관적인 관찰에 익숙한지 아니면 객관적인 관찰에 익숙한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만일 무언가를 볼 때 자신의 감정이나 가치관 혹은 가정이나 의견 등에 기반해서 관찰한다면 주관적인 관찰에 익숙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찰에 익숙한 경우라면 그 내용을 표현할 때 구체적이지 않은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반면 객관적인 관찰에 익숙하다면 같은 상황일지라도 표현이 달라진다. 객관적 관찰은 사실이나 경험에 기반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관적 관찰에 익숙하다면 관찰한 결과에 대해 주로 고맥락적인 이야기들이 오가고 객관적 관찰에 익숙하다면 저맥락적인 내용들을 주고받게 된다.
물론 주관적 관찰과 객관적 관찰 중 어느 것이 더 좋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둘 중 하나는 불필요하거나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두 가지의 관찰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져야 제대로 볼 수 있다. 특히 관찰의 대상이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스스로 생각해봤을 때 사람에 대해 주관적 관찰을 주로 하는 경우라면 선입견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선입견과 편견은 개인에게도 위험하고 상대방에게도 위험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이나 공동체의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관찰하는 주체의 직급이나 직책이 높거나 주변에 영향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관찰한 결과에 대해 공유받는 과정에서 각종 편향(bias)에 노출되기 쉽고 서로 다양한 맥락에 기반한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객관적 관찰을 주로 한다면 기계적인 판단이 빈번해지고 새로움을 찾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 역시 위험하고 위기를 초래한다.
얼핏 보면 객관적 관찰이 요즘과 같은 디지털 기반의 인공지능 시대에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0과 1만으로 사람을 관찰하는 것은 위험하다. 관찰한 결과가 한정적이며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객관적 관찰에 의해 볼 수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이와 함께 객관적 관찰이 명쾌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맥락을 간과하기 쉽다. 또한 행간의 숨겨진 이유나 배경 등을 고려하지 않아 실수를 하게 될 수도 있고 의도치 않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찰해야 할까?
순서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의 관찰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예를 들어 주관적 관찰이 먼저 이루어졌다면 반드시 객관적 관찰로 확인해야 하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같은 대상을 두 가지 측면에서 관찰하게 되면 교차점을 확인할 수 있어 앞서 말한 오류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심리학 용어 중에는 컬러배스 효과(Color Bath Effect)라는 것이 있다. 이는 한 가지 색깔에 집중하면 그 색깔을 가진 물건만 눈에 띄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보고 싶은 것만 보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자신은 지금까지 어떤 관찰을 주로 해왔는지를 돌이켜보자. 혹시 보고 싶은 것만 봐왔던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보자. 만일 어느 한쪽에 치우친 관찰이나 익숙한 방식의 관찰만 해왔다고 여겨진다면 다른 측면에서의 관찰도 해보자. 보는 방법만 달라져도 사람보는 눈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