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마음들
끝을 쓰지 못한
나의 첫 페이지
- 첫사랑 -
첫사랑은 그렇게 시작했다.
끝을 알 수 없는 페이지 위에 선명하게 적힌 첫 문장처럼.
너를 처음 만난 순간, 내 안의 세상이 달라졌다.
모든 게 새로운 빛으로 물들었다.
처음엔 그게 사랑인지도 몰랐다.
네가 웃던 모습, 네가 말하던 소리, 함께 걷던 길.
그 모든 순간이 내 마음을 흩날리며 조용히 첫 페이지를 써 내려갔다.
그런데 어쩌면 그 첫 페이지는 시작부터 끝을 쓰지 못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함께한 날들은 마치 바람에 날리는 꽃잎 같았다.
너무 아름다웠고, 그래서 더 빨리 사라졌다.
나는 아직도 끝을 쓰지 못한 나의 첫 페이지에 그렇게 머물러 있다.
우리가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간 뒤에도, 나는 그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첫사랑은 이상하게도 기억 속에서 더 선명해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장면들은 희미해지는데, 너와 함께한 순간은 거꾸로 더 뚜렷해진다.
아마도, 그 이야기가 미완성이라서일 것이다.
끝나지 않았기에, 내 마음은 여전히 그 페이지 위에 머문다.
끝을 쓰지 못한 나의 첫 페이지는 가끔 내게 묻는다.
"너는 왜 이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니?"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아마도 그 순간들이 너무 빛났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그 사랑이 나에게 단 한 번뿐인 '처음'이었기 때문일지도.
어쩌면 첫사랑은 끝이 없기 때문에 첫사랑으로 남는 것이 아닐까?
너와 나의 이야기가 미완성이어서, 우리는 그 안에서 영원히 설렘과 그리움을 공유할 수 있는 것 같다.
"끝을 쓰지 못한 나의 첫 페이지."
나는 이 문장을 조용히 되뇌며 생각한다.
마침표 없는 사랑이 더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그 페이지가 닫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첫 페이지가 남아 있기에, 나는 여전히 너를 기억하고, 그 시절의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완성이 아니어도 좋다.
그 첫 페이지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