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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연 Jan 15. 2024

나의 친구는 누구?

<나의 친구, 스미스>

U노는 7년 차 직장인으로, 짧은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다니는, 미용을 목적으로 헬스장을 다니는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매일 헬스장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는 S코를 보며 직업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어느 정도 남들처럼 허세와 허영에 농락당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에 안심하고는 했다.

그런 그녀가 O사마를 만나 BB(보디빌딩) 대회를 준비하며 S코를 달리 보게 되었다.


O사마는 BB(보디빌딩) 대회 7연패를 거둔, 지금은 BB협회 이사를 맡고 있는 인물로, 헬스장에 가는 여성이 비주류로 여겨지던 때부터 대회에 출전해 온 '비주류'에 속하는 인물이다.

시대가 변하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여성 인구가 눈에 띄게 늘었고, 여기저기서 피트니스 대회가 개최되지만 O사마는 그런 흐름이 오히려 자신이 개척해 온 길을 좁히는 느낌을 받았다. 여자가 헬스장에 다니는 이유는 다이어트나 미용 목적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은 신규 대회의 심사 항목에서도 나타났다. 이를테면 '과도하게 발달한 근육은 감점 대상'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곡선은 가점 대상'이다. 이어서 매끄러운 피부, 표정 무대 위에서의 애티튜드 등 더 이상 몸의 단련을 겨루는 피트니스 대회라기보다 미인대회 아류쯤의 대회들이 생긴 것이다.


O사마는 이러한 흐름에도 외부를 향해 꾸준히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해 대회출전을 주목적으로 둔 헬스장을 차려, 이곳에서 U노가 트레이닝받게 된다.


U노는 이곳에서 BB대회를 준비하며 PP대회를 준비하는 S코를 향한 약간의 우월감에 도취되기도 하였다.

PP(퍼펙트 프로모션) 대회는 '남성은 스포티하게, 여성은 섹시하게'가 콘셉트로, BB대회를 준비하는 이들에겐 미인대회 아류쯤으로 생각되는 '느슨한' 대회였다.

하지만, PP대회는 포징뿐만 아니라 SNS와  심사대상에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되며 허영심으로만 보였던 S코의 피드는 PP대회를 염두에 둔 의식 있는 여성의 목소리로 바꿔보이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U노는 더 이상 S코의 인스타를 확인하지 않게 되었고 S코를 한 명의 선수로서 인정하고 공감했다.


신참 보디빌더 U노에게 근육통과 식욕은 대회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인내를 즐겼다.

하지만 그녀를 힘들게 하는 건 평생 해보지 못한 ‘관리들’이었다.


긴 머리, 태닝, 제모, 피어싱, 12센티미터 하이힐


이러한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그녀는 ‘여자가 근육이 우락부락하면 안 돼’라고 규정한 세상에 의문과 반감이 든다.


보디빌딩 대회조차 과도한 근육은 감점대상이었으니 말이다.


대회가 끝난 뒤 U노는 기존에 다니던 헬스장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S코에게 스미스 머신을 양보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렇다. 그런 건 어쨌거나 상관없다. 우리 눈앞에는 단련해야 할 신체가 있다. 단련하기 위한 기구가 있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스스로 정한 이상적인 몸이 있다. 다른 데 신경 쓸 여유는 없는 것이다.”




퇴근 후, 지쳐 늘어져서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에 히히덕거리는 ‘나’는 그저 휴일만 기다리는 월요일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되었다.

지하철 출구에서 진을 치고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주머니들을 스치듯 지나며 전단지를 받아 든 손에는 ‘6개월에 18만 원 (VAT 별도)’가 적힌 헬스장 전단지가 들려있었다.

합리적인 가격과 집과 가까운 거리로, 헬스장을 등록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간 헬스장 등록을 안 해본 건 아니었지만 ‘꾸준히’ 다니는 게 힘들어서 단순히 ‘내가 의지가 약하구나’ 생각했지만 이번 헬스장을 다니며 나와 맞는 헬스장을 찾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성전용이라 엉덩이를 타겟팅할 기구가 많다는 것 , 기구를 오래 쓴다고 눈치 주는 사람이 없어 유튜브를 보고 자세를 따라 해 봐도 된다는 점 등

다녀보니 알겠는 장점들을 되짚어보며 그간 나의 헬스장 니즈를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운동 초보에게 헬스장에서 책을 빌려줬다.


‘나의 친구, 스미스’ 보디빌딩 세계에 입문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선망하던 대상을 뛰어넘어 우월감에 도취되고 이내 겸손해지며 상대를 인정하고, 다시 만나 각자의 이샹향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는 연대와 열정을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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