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반대표 엄마가 되어보자!
정신없는 3주가 지나고, 학교 앱에서 알림이 왔다. 조만간 참관 수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날은 참관 수업뿐 아니라, 학교를 이끌어가기 위한 학부모 회. 반을 이끌어 가기 위한 반 대표와 녹색 어머니 등 학교를 위해 일할 사람을 함께 선정하는 날이기도 하다. 나는 시부모님과 분리가 되어 이곳으로 이사를 온 것뿐이지만, 아이들은 정든 유치원 친구들과의 헤어짐과 그동안 잘 사귀었던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이별이기도 했다. 특히나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첫째에게 많은 미안함이 있었다. 첫째는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친구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편인데, 한 번 받아들이면 계속 유지를 잘하는 친구임을 알기에 이 번에만 잘 넘겨주기를 바랐다. 어디까지나 내 욕심이자 희망이었다.
나는 아이들의 적응을 위해서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다. 어차피 전학은 이미 일어난 일이고, 내가 아이들을 위해서 실제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문득, 반대표 엄마가 되어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엄마도 너희들의 적응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될 아이들만큼 나도 학교 소식을 알고 있다면 아이들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학교 알림장에 반대표 엄마를 신청했다. 그것도 1학년 5학년 모두 해버렸다. 한 아이만 하게 되면 서운한 마음이 들 것 같아서 그냥 모두 신청해 버렸다. 어떻게든 되겠지.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참관 수업 당일이 밝았다. 일단 1학년 둘째 녀석 반에 먼저 참석하기로 했다. 이미 학부모들은 반 뒷자리를 거의 다 메운 상태였다. 맨 안쪽 가장자리로 겨우 들어가서 섰다. 둘째는 잔뜩 얼어있는 얼굴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나는 알 수 있었다. 푸근한 인상의 선생님 얼굴을 보니 안도의 숨이 쉬어졌다. 둘째 녀석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아이들 앞에서 말을 하기 힘든 아이로 변했다. 2년 동안 거의 집에만 할머니 할아버지와 보내다가 유치원을 갔더니 아이들 앞에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아이로 변해있었다. 나는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었다. 그런 둘째 상태를 알기에 오늘 참관 수업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선생님은 아이 한 명 한 명, 학부모 앞에서 발표를 이어가셨다. 한 명이라도 빠지면 학부모님들이 서운해하실까 봐 그렇게 진행하시는 것 같았다. 드디어 둘째 차례가 왔고, 힘겹게 발표를 이어갔다. 학부모님들도 계시고 아이들도 갓 입학한 상태라 교실이 웅성웅성한 상태였다. 나는 둘째 아이의 희미한 목소리를 들었다.! 분명 나에게는 들렸다. 코 끝이 찡했다. 대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용하지 않은 교실 환경 탓에 선생님은 우리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셨다. 그렇게 다음 아이 발표로 넘어갔다. 나는 분명 들었어! 꼭 집에 가서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수업이 반이 지났다. 같은 시각에 5학년 첫째 반도 참관 수업을 진행 중이었다. 나는 서둘러 발을 옮겼다. 3층의 계단을 올라 복도 맨 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숨이 차 올랐지만 수업을 놓칠세라 얼른 들어가서 숨을 고르기로 했다. 반가운 첫째의 뒷모습이 보였고, 뒤로 돌아보기만을 바랐다. 드디어 눈이 마주치고, 나는 작게 손을 흔들었다. 첫째 아이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 뒤로 웃고 있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 영어 수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수업의 내용을 아이가 못 쫓아가는 뒷모습이었다. 전 학교에서 진행한 수업 진도보다 훨씬 빠르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인가, 수업에도 잘 집중 못 하는 것 같았고 친구들과도 겉도는 것처럼 보였다. 제발 내 느낌이 틀리길 바랐다. 고학년이라 그런 것일 거라며 속으로 되뇌었다. 걱정이 가득한 채로 나는 또다시 1학년 교실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곧 수업이 끝나고 학부모회에 참석을 해야만 했다. 학부모회가 시작되고, 학교 운영을 어떻게 할지. 학급 운영을 어떻게 할지 선생님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나는 또다시 5학년 교실로 향해야만 했다. 거기서도 학부모회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을 3번 이상 반복하였다. 결국 나는 1학년 5학년 엄마 반대표가 되는 결과를 얻었다. 내 무릎과 바꾼 반대표였다.
오후에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얘들아! 엄마 반대표 양쪽 다 됐어!", "대박이지?!"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하였고, 아이들은 "와~~~~"하며 나에게 와락 안기었다. 엄마 최고라며 칭찬해 주는데 엄청 뿌듯하지 않겠는가. "엄만, 너희들이 좋으면 됐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정신없는 3주가 지나고, 학교 앱에서 알림이 왔다. 조만간 참관 수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날은 참관 수업뿐 아니라, 학교를 이끌어가기 위한 학부모 회 및 반을 이끌어 가기 위한 반 대표와 녹색 어머니 등 학교를 위해 일할 사람을 함께 선정하는 날이기도 하다. 나는 시부모님과 분리가 되어 이곳으로 이사를 온 것이지만, 아이들은 정든 유치원 친구들과의 헤어짐과 그동안 잘 사귀었던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이별을 겪어야 했다. 특히나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첫째에게 많은 미안함이 있었다. 첫째는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친구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편이지만, 한 번 받아들이면 계속 유지를 잘하는 친구임을 알기에 이 번에만 이 변화를 잘 넘겨주기 바랐다. 어디까지나 내 욕심이자 희망이었다.
나는 아이들의 적응을 위해서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다. 어차피 전학은 이미 일어난 일이고, 내가 아이들을 위해서 실제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문득, 반대표 엄마가 되어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엄마도 너희들의 적응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될 아이들만큼 나도 학교 소식을 알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학교 알림장에 온 설문에 반대표 엄마를 신청했다. 그것도 첫째 둘째 모두 지원해 해버렸다. 한 아이만 하게 되면 서운한 마음이 들 것 같아서 그냥 모두 신청해 버렸다. 어떻게든 되겠지.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참관 수업 당일이 밝았다. 일단 1학년 둘째 녀석 반에 먼저 참석하기로 했다. 이미 학부모들은 반 뒷자리를 가득 메운 상태였다. 맨 안쪽 가장자리로 겨우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둘째는 잔뜩 얼어있는 얼굴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나는 알 수 있었다. 인자하신 인상의 선생님 얼굴을 뵈니 안도의 숨이 쉬어졌다. 둘째 녀석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아이들 앞에서 말을 하기 힘든 아이로 변했다. 2년 동안 거의 집에만 할머니 할아버지와 보내다가 유치원을 갔더니 아이들 앞에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아이로 변해있었다. 나는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었다. 그런 둘째 상태를 알기에 오늘 참관 수업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선생님은 아이 한 명 한 명, 학부모 앞에서 발표를 이어가셨다. 한 명이라도 빠지면 학부모님들이 서운해하실까 봐 그렇게 진행하시는 것 같았다. 드디어 둘째 차례가 왔고, 힘겹게 발표를 이어갔다. 학부모님들도 계시고 아이들도 갓 입학한 상태라 교실이 웅성웅성한 상태였다. 나는 둘째 아이가 발표할 때, 아주 희미한 둘째 목소리를 들었다.! 분명 나에게는 들렸다. 코 끝이 찡했다. 대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용하지 않은 교실 환경 탓에 선생님은 우리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셨다. 그렇게 다음 아이 발표로 넘어갔다. 나는 분명 들었어! 꼭 집에 가서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엄마는 들었다고 너의 목소리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수업 반이 지나고 있었다. 같은 시각에 5학년 첫째 반도 참관 수업을 진행 중이었던 터라, 나는 서둘러 발을 첫째 반으로 옮겼다. 3층의 계단을 올라 복도 맨 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숨이 차 올랐지만 수업을 놓칠세라 얼른 들어가서 숨을 고르기로 했다. 반가운 첫째의 뒷모습이 보였고, 뒤로 돌아보기만을 바랐다. 드디어 눈이 마주치고, 나는 작게 손을 흔들었다. 첫째 아이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 뒤로 웃고 있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 영어 수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수업의 내용을 아이가 못 쫓아가는 뒷모습이었다. 전 학교에서 진행한 수업 진도보다 훨씬 빠르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인가, 수업에도 잘 집중 못 하는 것 같았고 친구들과도 겉도는 것처럼 보였다. 제발 내 느낌이 틀리길 바랐다. 고학년이라 그런 것일 거라며 속으로 되뇌었다. 걱정이 가득한 채로 나는 또다시 1학년 교실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곧 수업이 끝나고 학부모회에 참석을 하기 위해서다. 학부모회가 곧 시작되고, 학교 운영을 어떻게 할지. 학급 운영을 어떻게 할지 선생님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나는 또다시 5학년 교실로 향했다. 거기서도 학부모회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을 3번 이상 반복하였다. 결국 나는 1학년 5학년 엄마 반대표가 되는 결과를 얻었다. 내 무릎과 바꾼 반대표였다.
오후에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얘들아! 엄마 반대표 둘 다 됐어!", "대박이지?!"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하였고, 아이들은 "와~~~~"하며 나에게 와락 안기었다. 엄마 최고라며 칭찬해 주는데 엄청 뿌듯하지 않겠는가. "엄만, 너희들이 좋으면 됐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