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

이모저모

사물의 이런 면, 저런 면

by kimblue

2013년, 20대 초반에 처음으로 그릇을 구입했다. 밥그릇 두 개, 국그릇 두 개, 찬그릇 세 개. 하얀 자기 그릇 위에 파란 선이 둘러져 있어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무난한 디자인이다. 왜 샀는지, 언제부터 그릇을 좋아하기 시작했는지 사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말버릇처럼 ‘독립하면 사용할 거야’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 그릇을 좋아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소품이나 패브릭에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그렇게 일명 예쓰_예쁜 쓰레기를 근 10년 간 모아 왔다. 여행에선 기념품을 대신하였고, 언제부턴가 지인들은 내게 그릇이나 오브제를 선물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사용의 목적보단 장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옷은 수십 번 고민 끝에 사는 반면 예쓰는 큰 고민 없이 구입한다. 처음 직구 한 제품 또한 옷이 아닌 menu 꽃병으로 아직까지 한 번도 꽃을 꽂아본 적은 없다. 그렇게 모인 온갖 물건들은 옷장 위 5박스로 잘 소분되어 있거나, 평평하다 싶은 방 모든 곳에 늘어뜨려 놓았다. 가구처럼 큰 면적을 차지하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것들과 크게 고려해서 구입한 적은 딱히 없지만, 조화롭게 섞여 제 몫을 하고 있다. 내 취향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질 때 선반을 보고 있으면 '아 이게 내 취향이구나'싶다. 유리 소재의 제품들이 많지만 노란색이나 갈색 계열의 컬러가 많아 차가운 느낌보단 전체적으로 따듯한 느낌을 준다. 꽃병은 화려한 디자인이나 컬러를 가진 것보단 꽃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심플한 모양의 유리 화병을 선호한다. 자기 같은 경우에는 꽃 상태가 잘 보이지 않아 물을 자주 갈아주지 않게 되어 역시나 잘 보이는 유리 소재가 좋다. 오래 좋아하고 애정 하다 보면 이유가 생기고 그게 모여 취향이 되는게 아닌가 싶다.



새로운 그릇이나 컵을 구매할 땐 보통 상상력들이 동원되는데, 갈색 잔결 무늬가 있는 빈티지 플레이트를 구매할 때는 바삭한 바게트 샌드위치를, 빨간 선이 둘러진 플레이트 위에는 새빨간 토마토파스타를 그리고 베이지 컬러의 티팟에는 거품이 잔뜩 올려진 카푸치노를 상상한다. 충분한 구상이 끝나고 나면 구매로 이어진다. 그 과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지만 냉정하고 침착하게 거친다. 신기한 건 10년 전에나 지금이나 취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옷 스타일, 헤어스타일, 이상형 등 많은 부분이 바뀌었지만 오브제나 그릇 취향만큼은 큰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정말 찐 취향이 아닐까 싶다.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포인트가 있고, 그 포인트는 컬러가 대신해주는. 같은 결의 스타일만 고집하는 편이 아님에도 여하간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최근 고민이 생겼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을 보고 난 뒤, 소비의 행복에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소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물건을 두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구매에 앞서 신중하게 생각하며, 물건의 가치에 대해 오래 두고 고민한다. 최근 한 달째 고민 중인 조명이 있는데, 빈틈 사이로 '빨리 사서 사용하는 게 득아니야?'라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때도 있지만 얼마만큼 그 물건을 잘 사용할 수 있을지, 불필요한 소비는 아닌지(없이도 잘 살았기 때문에 필요에 의한 구매는 아니라 말할 수 있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체상품은 없는지 생각한다. 결국에 사게 될 것 같긴 한데(ㅋ)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매한 물건은 오래도록 잘 사용할 수 있을 테고, 또 다른 상품으로 욕심을 채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히 다룰 수 있지 않을까.



내게 리빙 소품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힐링이 되는,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대상이다. 그리고 꽤나 긴 시간이 흘러 올해, 곧 박스 안 물건들이 빛을 보게 된다. 약간의 죄책감으로 안이 훤히 보이는 그릇장 안에 보관할 예정이다. 그리고 그 시간 이상으로 잘 사용한다면 미안함은 점점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합리화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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