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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탐색자 Jun 25. 2024

7. 2024년 서울은 얼마나 매력적인도시일까?

오세훈 서울시장(2022~2026)은 서울의 비전을 나타낸 슬로건으로 '동행-매력 특별시'를 내세웠다. 서울시를 약자와 동행하는 상생도시, 매력 있는 글로벌 선도도시를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 누구라도 오고 싶은 매력을 갖춘 도시로 바꿀 것이라고 2023년 모 월간지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2024년 서울은 얼마나 매력적인 도시일까?


글로벌 도시 컨설팅 회사인 레조넌스(Resonance Consultancy)는 2024년 ‘세계 베스트 도시 보고서, World’s Best Cities Report’에서 서울을 10위로 선정했다. 


레조넌스는 지역 브랜딩(place branding), 지역 마케팅(place marketing), 지역 개발(place development) 분야에 특화된 글로벌 컨설팅 회사로, 2015년부터 전 세계 인구 백만 이상인 270여 개의 도시들을 평가하여 매해마다 베스트 도시 100개를 선정하여 발표하고 있다. 도시에 대한 평가는 ‘주거 쾌적성(Livability)’, ‘매력도(Lovability)’, ‘번영(Prosperity)’의 세 분야로 나누어 이루어지며, 방문객, 인재, 기업들에게 도시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2024 세계 베스트 도시 보고서는 위드 코로나19 시대 이후 도시의 변화를 분석하여 평가한 결과이다.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는 어디일까? 바로 런던이다. 런던은 레조넌스가 2015년에 도시 평가를 시작한 이후 지난 9년 동안 줄곧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브렉시트(Brexit)에도 불구하고, 런던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로, ‘주거 쾌적성’과 ‘매력도’ 부문에서 1위를, ‘번영’ 부문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브렉시트로 인한 런던의 통화 가치 하락은 투자 유치와 관광객 증가를 불러와 도시의 회복을 강화시켰다. 2018년 이후 뉴욕, 싱가포르, 두바이를 제치고 국제 기업들로부터 기술 분야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했을 뿐만 아니라, 2022년 국제 여행객 지출이 가장 많은 도시 중에서 세계 3위(유럽 1위)를 차지했다(총 지출액 160억 7천만 달러). 


런던 다음으로 매력적인 도시는 파리다. 2014년 파리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시장인 안 이달고(Anne Hidalgo)가 당선된 이후, 파리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달고 시장의 친환경 정책으로 시내에서의 자동차 이용이 제한되고, 자전거 도로가 확장되었다. 또한 시민들에게 보다 많은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파리는 ‘주거 쾌적성’ 부문에서 2위, ‘매력도’ 부문에서 3위, 그리고 ‘번영’ 부문에서는 14위를 차지했다. 


런던과 파리를 제외하고 매력적인 도시는 뉴욕이다. 뉴욕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뉴욕시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하면서 심각한 인구 감소와 함께 사회, 경제적인 변화를 겪었다.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동안 뉴욕시의 인구는 약 30만 명이 감소했다. 물론 팬데믹뿐만 아니라 높은 생활비, 주택 가격 등과 같은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19 이후 뉴욕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부동산 매매가는 50% 이상 감소했으나, 2022/23년 맨해튼의 임대료(중간 임대료, median rents)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광객 수도 증가하여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데, 2021년 3300만 명(2019년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2022년 5600만 명, 그리고 2023년에는 6100만 명으로 예측되었다. 뉴욕은 ‘매력도’ 부문에서 2위, ‘주거 쾌적성’ 부문에서는 6위, ‘번영’ 부문에서는 12위를 차지했다. 


뉴욕 다음으로는 도쿄(4위), 싱가포르(5위), 두바이(6위), 샌프란시스코(7위), 바르셀로나(8위), 암스테르담(9위), 그리고 서울(10위)의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 글로벌 팝 문화 파워하우스


서울은 레조넌스 컨설팅 회사가 2015년부터 세계 주요 도시들을 평가한 이래, 2023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10위권을 유지했다. 2019년에는 7위, 2018년에는 8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23년에는 11위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나, 2024년에 다시 10위로 상승했다. 


K-푸드, K-드라마/영화, K-팝, 그리고 K-뷰티 등 한류에 대한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과 더불어 서울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팝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서울의 인기는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더욱 상승하여, 2022년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엔비(airbnb)에서 검색 횟수 기준으로 네 번째로 높은 도시로 나타났다. 


개인이 보유한 지식이나 기술, 경험 등의 경제적 가치를 의미하는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번영’ 부문은 교육 수준, 취업률, 1인당 GDP, 빈곤율, 포춘 글로벌(Fortune Global) 500의 기업수, 스타트업, 대규모의 컨벤션 센터의 수에 따라 이루어진다. 서울은 ‘번영’ 부문에서는 8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파리(14위)나 뉴욕(12위)보다도 높은 순위다. 글로벌 파워 시티 인덱스(Global Power City Index)의 고숙련 인력(highly-skilled Workers) 부문에서는 32위를 차지했다. 또한 글로벌 창업생태계 평가기관인 ‘스타트업 지놈, Startup Genome’에서 전 세계 300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보고서 ‘글로벌 창업생태계 보고서, Global Startup Ecosystem Report 2024)’에서 서울이 9위로 선정되었으며 이는 파리(14위), 베를린(15위) 보다 높은 순위다. 


그러나 ‘주거쾌적성’ 부문에서는 26위에 머물렀다. 파리는 2위, 뉴욕은 6위를 차지해 서울보다 훨씬 높은 순위로 나타났다. 도시의 물리적, 자연적 환경의 수준을 나타내는 ‘주거쾌적성’ 부문은 보행자 친화성, 자전거 도로, 랜드마크적 요소, 공원 및 아웃도어 시설, 공항과의 접근성, 뮤지움, 우수한 대학의 수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진다. 


서울시의 보행자 친화성을 살펴보자. 서울시는 2019년 ‘보행특별시 서울’을 선언하고 보행환경 개선과 보행-대중교통 통합연계시스템을 구축하고 앱 서비스를 제공하여 보행이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한 환경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보행자에게 안전하지 않은 도시다. 2020년 서울시 보행자 교통사망사고는 115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52.8%로 전국 평균인 35.4%보다 17.4% 포인트 높았다. 사망자 수는 매해 감소하고 있으나, 서울시의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는 2.2명으로 해외 주요 도시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편이다. 2019년 기준 일본 도쿄는 1.0명, 영국 런던은 1.4명, 프랑스 파리는 1.6명이다. 


도시의 활력과 공간의 쾌적성을 평가하는 ‘매력도’ 부문은 도시가 가진 문화적 요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도시가 가진 흥미로운 문화, 스포츠, 다이닝, 나이트라이프는 더 많은 방문객과 젊은 전문가들을 끌어들이고, 대규모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력도’ 부문에 대한 평가는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예술 활동, 나이트라이프, 레스토랑, 쇼핑, 가족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 페이스북 체크-인, 구글 서치, 인스타그램 해쉬테크, 트립어드바이저 리뷰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서울관광재단과 서울시가 2023년 한 해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실태 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평균 6.05일 머무르며 평균 284만 원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평균 체류기간 5.11일과 체류금액 189만 원 보다 모두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식도락 관광’(97.4%)을 가장 즐기며, ‘고궁/역사 유적지’(70.4%)를 주로 방문하고, ‘명동’(85.9%)에서 쇼핑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 또한 아시아 국가의 비중은 감소하고, 유럽이나 미주 국가의 비중이 증가하는 등 다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은 ‘매력도’ 부문에서 31위에 그쳤다. 이는 파리(3위)와 뉴욕(2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순위다. 


무엇이 문제일까? 


2023년 서울을 방문했던 한 대만 여대생이 ‘서울에 두 번 다시 안 갈 10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일본과 홍콩 등 주변 국가로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그녀는 서울을 다시 방문하지 않을 가장 큰 이유로 ‘대기오염’을 꼽았으며, ‘지저분한 거리 환경’, ‘인도 위에 주차된 자동차’, ‘복잡한 지하철’ 등의 순으로 나열했다. 


앞서 나열된 10가지 이유는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지만, 2019년 서울관광재단과 서울시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 결과와 유사한 점이 많다. 외국인들이 서울관광에서 가장 큰 불편사항으로 ‘관광 편의시설 부족’(27.9%)로 지적했는데, 관광편의시설 가운데, ‘쓰레기통 부족’이 가장 많았고, ‘수유실 부족’, ‘유모차 이동 불편’, ‘관광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부족’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관광 편의시설 부족’ 다음으로 ‘교통 불편’이 22.8%로 뒤를 이었는데, ‘대중교통 이용 복잡’이 29%, ‘주차장 부족’이 21%를 차지했다. 


대만 여대생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적한 사항들은 실은 서울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관광 편의시설 부족'과 '교통 불편'이나 '대중교통 이용복잡' 같은 문제는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이지만, 나머지 것들은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바꿀 수 있는 것들이다.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한 지 30여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는 골목길, 꽁초와 구토물이 있는 거리, 움푹 파인 보도, 인도 위로 주차된 자동차들, 거리에서 아무 곳에나 침을 뱉는 행위 등은 외국인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서울을 살아가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서울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서울을 사랑하는, 서울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 서울 시민들로부터 생겨나기 때문이다. 공공과 민간, 그리고 커뮤니티가 힘을 합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지역의 변화가 이루어진다. 서울은 런던, 파리, 뉴욕 못지않게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다. ‘2030 세계 베스트 도시 보고서’에서는 서울이 가장 매력적인 도시 1위를 당당히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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