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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Jun 05. 2024

사랑을 배워야 할 시대

책) 어떤 양형 이유_박주영

얼마 전에 난 의대생 여자친구 살인사건을 들은 후로 왜라는 질문을 머릿속에서 계속해 왔다. 왜 스토커가 증가하고 애인을 죽이는 일이 이렇게도 많이 일어나는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문득 책 <사랑의 기술>이 떠올랐다. 우리는 국영수를 죽어라 공부할게 아니라 사랑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배워야 하지 않을까. 근본적으로 사람은 사랑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동물인데 왜 우리는 그토록 사랑을 간과할까. 사랑을 그저 그렇게 저절로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뜬구름 잡듯이 취급하면 사회는 점점 더 포악해지고 결국 사람들은 사랑할 줄 몰라서 멸종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 보자. 나는 사랑을 알고 있는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 어떤 강연보다 사랑의 강연이, 진정한 사랑 전도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십 대가 이십 대가 부부가 함께 배울 수 있는 사랑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사랑에 대한 책과 경험을 연구하여 앞으로 우리가 서로의 삶을 갉아먹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인간은 사랑을 제대로 학습해야 하지 않을까. 농담 조금 섞어 그렇지 않으면 AI가 먼저 사랑에 대해 알아버릴 수도 있다.

웬 사랑타령이냐고 할까 봐 이 글을 안 쓰려고 했는데 마침 독서모임에서 <어떤 양형 이유>를 읽고 다시 한번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사건 사고를 뉴스로만 접하는 나 같은 일반 사람은 "범인이 사이코패스래." 하고 그냥 넘어가면 끝인가. 그렇지 않다.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찝찝하다. 내 가족이,  다음 세대 잔혹한 일을 당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반대로 나의 가족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리라는 장담도 못한다. 여러 사건 사고를 다루는 박주영 판사도 판결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고뇌한다. 왜? 왜?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인간의 탐욕과 삶을 고찰하고 해답의 끝을 찾아 매달려 올라가 보면 결국은 사랑. 문제의 시작과 끝은 사랑이다. 사람은 사랑과 관심이 결핍될 때 모든 것이 비뚤어지기 시작한다. 이 책 덕분에 사랑을 은유로서만 표현할게 아니라 배워야 한다는 믿음이 더 굳건해졌다.

아이들이 가장 예쁠 때가 항상 지금이듯, 사랑이 가장 필요한 때도 지금이다. 지나간 사랑의 관성으로만 나아가는 가정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사랑이 소중한 것은 그 자체로 숭고하고 고결하기 때문이 아니다. 사랑은 실용적이어서 중요하다. 사랑은 무관심과 질시와 모욕과 폭력을 없애는 백신이나 해독제 같은 것이다. <어떤 양형 이유_박주영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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