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미 Mar 02. 2024

만삭 사진을 찍는 이유

정여울 작가의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을 읽다가 제일 인상적이었고 오래 보게 되는 작품이 있었다.

1906년에 그려진 파울라 모더존 베커의 '6번째 결혼기념일 자화상'이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배가 조금씩 불러오던 나의 임신 기간이 생각난다.

임신 초기에는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지만 나만 아는 미세한 배의 크기,

중기에는 나만이 느끼는 새 생명의 움직임,

나날이 배가 불러오는데도 내 몸이 아름다워 보이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녀도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 그림에서 더욱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그런 그녀가 딸을 낳고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쁜 딸을 두고 눈을 감아야 했던 그녀.

그녀는 그저 딸만은 건강하기를 있는 힘껏 기도하며 눈을 감았을 것이다.

그녀의 딸은 이 그림을 보며 한 때 엄마와 붙어있었으며 엄마는 딸 덕분에 행복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않았을까.

파울라 모더존 베커가 임신한 여성의 누드 (자화상)를 최초로 그린 작가라는 사실은 이 그림이 오늘날 엄마들이 찍는 만삭사진의 시초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독하게 가난해도 사랑할 수 있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