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미 Jun 16. 2023

지독하게 가난해도 사랑할 수 있다면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될 수 있을까 많이 생각을 한다. 책 읽기, 글 쓰기, 그림 그리기, 사업 등 많은 방향을 그냥 구체적인 계획 없이 생각만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꼭 같지만은 않다. 참 곤란해진다. 경력단절녀가 된 후 생각만 많아지고 실천하고 있는 것은 이렇게 끄적끄적 글 쓰는 일뿐. 하지만 글로 돈을 벌 만큼 실력도 없고 자신도 없다. 그림 그리는 것은 손 놓은 지 오래고 원래 하던 일은 다시 할 생각이 없다. 한 마디로 일하기 싫다는 거지. 역시 돈 버는 것은 쉽지 않다. 즐겁게 하는 취미가 업이 되면 좋겠지만 얼마 벌지 못하거나 업이 되는 순간 재미는커녕 스트레스가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문득 이런 생각들을 하는데 화가 이중섭이 생각났다. 고독하고 가난했던 화가들은 수도 없이 많은데 왜 갑자기 이중섭이 생각났을까? 왜냐하면 그의 작품에서는 지독한 '외로움'과 '사랑'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얼마 벌지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한다 하면 원래 여유가 있거나 바보 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해 나가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 그것이 유일하게 잘하고 사랑하는 일이라면 지독하게 가난할지 라도 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일을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고독한 창작자들이다.


한 정열로 살아가면서 어떤 가난에도 끄떡없이 눈부신 일을 산처럼 쌓아 놓고 세상에 널리 표현해 봅시다. 내가 좋아 못 견디는 발가락 군을 손에 쥐고 당신의 모든 것을 길게 길게 힘껏 포옹하오.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p.29>

이중섭은 일본에 있는 아내와 아들들한테 편지를 꾸준히 썼고 그 편지 내용에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절했다. 가난은 그의 발목을 계속 잡아당겼지만 그의 열정은 뒤로 밀려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 종이에 먹과 수채


엄마가 되기 전까진 이중섭의 작품을 보면 그저 원시적인 것을  표현했나? 하고 넘어갔지만 아들 엄마가 되고 나니 이중섭의 아이들 그림이 너무나도 잘 이해되었다. 이중섭은 무한한 생명력과 역동성을 아이들에게서 발견했을 것이다. 아이들한테는 그가 선명한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표현했듯이 숨길 수 없는 존재감이 있다. 내가 우리 아이를 볼 때도 도대체 저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지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이것저것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내가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 결과는 이중섭의 작품처럼 눈이 부실 것이다.  그 길이 아무리 외롭고 험난할지라도.

매거진의 이전글 편견이 주는 고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