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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Apr 04. 2024

<민화> 한번 해 보자.

'민화'하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취미로 배우는 미술이라는 인식이 내 머리에 박혀있다. 왜 그럴까.  아무래도 동네 주민센터나 복지관 같은 곳에서 어르신들이 많이 하시기도 하고 가르치시는 선생님이나 민화의 대가들은 대부분 나이가 있으셔서 그런 게 아닐까. 그리고 '민화'는 문신의 모티브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내 눈에 민화가 자꾸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하나 작가의 모던민화를 보는 순간 '아, 이쁘다.'라는 생각에 다른 그림도 빨리 찾아 훑어보았는데 이건 새롭다. 내가 알던 민화가 아니다. 그때부터 나도 배워 볼까?라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년 전만 해도 내가 원하는 모던적인 느낌의 민화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제대로 배우려면 수업료와 재료비도 비싼 편이라 계속 미뤄왔다. 그러다 이번에 정말로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취미미술 배우기를 결심하기까지 몇 년이 걸리다니. 원래 굼뜬 걸로 유명하기고 하고 또 뭐든지 때가 있다고 믿기에 오래 걸린 거 같다. 어쩌면 꽃을 보면 그냥 지나지치 못할 정도로 나 스스로가 숙성될 때까지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꽃사진을 많이 찍게 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점점 느끼고 있으니깐. 더군다나 벚꽃이 만발하고 봄기운이 가득한 딱 지금,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뿐 아닌 그림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끊이질 않는다.


사실 꽃보다도 더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책가도>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것이다. 책이 많은 곳에 가면 세상을 다 얻은 거 같고 설령 세상이 나를 버린다고 해도 책만 있으면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말이다. 그런 내 눈에 <책거리>, <책가도>는 너무 매력적인 그림이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 예스 24에 들어가 보니 책가도가 그려진 굿즈가 눈에 띈다. '민화'가 점점 핫한 미술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걸까.

여행을 다녀보면 알겠지만 요즘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인 것이다.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민화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은 당연 한국이다. 그렇다면 배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민화는 자유다! 기존의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림, 그것이 민화다. 세상의 그 무엇에도 옥죄이거나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움이 민화 속에 한껏 펼쳐져 있다.


정병모 교수님의 책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에 나와 있는 부분이다. 물론 요즘은 민화를 젊은 사람들도 많이 배우고 그리지만 특히 중년이 넘은 분들이 취미로 배우는 이유는 이 부분 때문이지 않을까. 자유. 도안이 있어 그림을 처음 배우는 사람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고 그렇게 따라 그리다 보면 그 속에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민화.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을 잠깐 멈추고 민화에 그려진 나비나 새들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은 욕망을 민화라는 예술로 분출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꼭 민화 작가가 아니더라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의 작품 하나하나를 예사로 볼 수 없다. 몇 년을 고민하다 굼뜨게 시작해도 되는, 굼뜨면 굼뜰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민화를 배울 생각에 새삼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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