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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May 01. 2024

따라 그리기와 따라 쓰기

어느 것이 더 힐링이 될까?

내가 요즘 배우고 있는 민화는 본뜨는 작업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밑그림을 붓으로 따라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연필로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서 고칠 수 없고 선 굵기도 모양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신기하게 엄청나게 집중을 하며 선을 그리다 보면 잡생각이 사라지면서 명상을 할 때의 정신 상태와 비슷해진다. 무념무상. 그 어떤 알고리즘에 엮이지 않는 시간. '이런 게 힐링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따라 쓰기는 말 그대로 필사이다. 필사를 의식적으로 할 때도 있고 책 읽다가 '이건 적어야 돼!'라고 충동적으로 할 때도 있다. 의식적이든 충동적이든 필사는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필사를 하면서 내용을 생각 안 하고 아무 생각 없이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책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드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따라 쓰기는 힐링이 될까? 읽고 쓰는 사람한테는 확실히 힐링이 된다. 꼭 완벽한 글이 아니라 일기든 메모 든 간에 뭐든 쓰는 사람한테는 필사가 힐링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공감과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나만 이러는 게 아니구나. 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부분은 반드시 필사하게 된다. 그런 부분을 필사하다 보면 뭔가 모를 허전함이 만족감으로 차오른다.

장르를 떠나서 따라 그리기나 따라 쓰기는 모두 힐링이 된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더 힐링이 많이 될까? 개인마다 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따라 그리기가 더 힐링이 된다. 생각을 멈추고 부드러운 종이와 선을 보는 시간. 일상의 딱딱함에서 벗어나는 시간. 거기다 온라인상의 인위적인 색이 아닌 실제 종이 위에서 빛나는 발색을 보게 된다면 힐링의 강도는 몇 배로 더 뛴다. 그러고 보니 나를 바닥에서 끌어올리는, 내가 좋아하는 취미들은 다 따라 하는 것이다. 나는 따라쟁이 인가. 그러면 어떤가. 진정한 따라쟁이가 결국은 진정한 나를 찾으리라고 믿는다. 따라 하는 과정은 나를 찾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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