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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 Apr 02. 2023

당신의 삶도 가치 있다고,
다정한 위로를 전하는 책

<참 괜찮은 태도> 박지현_책 리뷰

이 책은 다큐멘터리 PD인 작가가 15년 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배운 삶의 의미를 다룬 이야기이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유재석, BTS 등 이미 성공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도 있고, 그냥 평범한 어느 아버지와 어머니와 같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도 있고, 힘들게 생과 싸우는 사람,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사람 등 방송이나 신문에서 접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책 한 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그중 어떤 인생도 울림이 없는 인생이 없으며, 결국엔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그런 책이다.


작가가 만난 사람들 중에 팀 해체를 앞둔 용인 시청 여자 핸드볼팀의 이야기가 있는데, 작가는 이 사람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평생 핸드볼을 한 선수들에게는 핸드볼이 그녀들의 유일한 생계이자 삶이다. 그런데, 팀 해체로 인해 더 이상 핸드볼을 하지 못하게 될까 두려워 눈물을 흘리는 선수에 작가는 깊은 공감을 하였다. 작가 역시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일을 통해 자신이 충만해지는 기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 그런 자신의 열정을 의심하고 흔들 때, 작가는 아무 연고도 없고, 아무 타이틀도 없이 낯선 곳 뉴욕으로 가서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정말로 이 일을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말한다. 


“잡고 올라가던 사다리가 무너지면 다른 사다리를 찾으면 된다는 것을. 하늘을 올려다보는 걸 잊지 않고 묵묵히 다리의 힘을 기르면 사다리는 나의 의지로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이 잡고 있는 사다리가 무너질까 두려워 놓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혹은 내가 잡은 사다리가 하늘을 향하고 있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에 오르지도 내리지도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실 답은 내가 잡고 있는 사다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하늘을 올려다보는 내 마음에 있다는 것을.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지 말고 내가 향할 하늘을 똑바로 바라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삶은 언제나 뒤통수를 친다. 끊임없이 나를 흔들고, 좌절에 빠트린다. 그런데 가끔은 삶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인지, 내가 날 힘들게 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남들이 내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했을 때 위축이 되는 것, 인터뷰 자리에서 나에 대해 그리고 내 성과에 대해 자신 있게 어필하지 못하는 것 모두 어쩌면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해서, 내게 관대하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닐까. 


“별일 아니다. 그러니 마음껏 그려보자. 틀리면 다시 그리지 뭐. 이 느낌을 기억한다면 나 자신을 혹사시키기 전에 멈출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방법도 알게 되지 않을까.” 


작가는 그림을 배우면서 이렇게 느꼈다고 한다. 틀려도 괜찮다고, 다시 그리면 된다고. 그리고 그런 생각을 삶에 그리고 일에 대입해 보면 된다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를 인정하게 될 거라고. 

나도 예전에 그림을 처음 배울 때, 잘 그리고 싶은 마음이 넘쳐 선생님이 그린 그림과 내 그림을 비교하며 한 없이 차이가 나는 내 그림 실력에 자신감을 잃고 자책하며, 못 그릴까 두려워 그림 그리는 것을 포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 내게 말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 

그렇다. 당연한 것인데, 선생님은 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그림을 그렸고, 그로 인해 누군가를 가르쳐줄 정도의 실력을 가졌는데, 내가 뭐라고 선생님 그림과 비교를 하겠나. 그야말로 뻔뻔하고 배짱이 넘치는 비교이지 않은가.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말했다. “삐뚤삐뚤해도 괜찮아요, 선이 튀어나와도 괜찮아요, 색이 좀 달라도 괜찮아요.” 계속해서 괜찮다고 말하는 선생님의 말에 자신감을 얻어 이제 내가 그린 그림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그림 그리는 것 자체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그렇다. 조금 삐뚤 해도 괜찮고, 조금 튀어나와도 괜찮다. 그리고 완성된 목적지에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는 길에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니, 자주 나에게 이야기해 주자. 틀려도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잘하고 있다고, 잘 버텨와서 대단하다고. 그렇게 자꾸 말해 주다 보면, 언젠간 내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삶이 자꾸 날 흔들 때 단단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삶을 배웠다고 한다. 나는 그런 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하고, 그 어떤 사람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며, 언제나 사람들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태도. 그런 태도들이 작가를 그리고 세상을 멋지고 빛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나를 힘들게 하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지치고, 심지어는 사람이 싫다고 느껴지는 요즘, 작가의 이런 다정한 시선 속 만난 사람들의 삶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그리고 어떤 삶도 가치 있지 않는 삶이 없다고. 당신의 삶 역시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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