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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 Jun 30. 2023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가치를 두고 사는 삶

나라별 중산층 기준을 보고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나라별 중산층 기준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월 급여 500만 원 이상, 2,000cc 급 중형차 소유, 예금 잔고 1억 원 이상 소유, 해외여행 1년에 한차례 이상 다닐 수 있는 사람 등 모든 것이 다 물질적인 소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30년 이상 살아본 사람으로서 이 기준들을 봤을 때 전혀 이질감이 없었고,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어서 소개된 다른 나라의 중산층 기준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미국의 경우, 자신의 주장이 뚜렷하고 비평지를 정기적으로 구독해야 하며, 영국은 페어플레이를 해야 하고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져야 하며, 프랑스는 외국어, 악기, 스포츠, 요리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니. 진정 이 것들이 중산층의 기준이 맞는 것일까? 특히 세 나라가 공통적인 부분은 약자를 도울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출처 : https://blog.naver.com/horangi12/221394106193


물론, 프랑스의 기준처럼 악기를 다루고 스포츠를 즐긴다는 것은 어느 정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기에 중산층 기준에 맞을 수 있지만, 사회적 약자를 돕고, 비판적 사고를 하며 자신의 주장이 뚜렷하고 신념을 가지는 것들은 아무리 봐도 다르다.

결국 우리나라는 눈에 보이는 것에 가치를 두고
유럽이나 미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수치인 GDP를 강조하며, 이례 없는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 것이 이상하진 않다. 언제나 우리는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되는지, 남들보다 많이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남들과 같을지 혹은 남들보다 더 가질지 집중하며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데, 만약 그것들을 다 갖게 되면 과연 행복해질까? 물론 처음 그 목표치에 도달했을 때는 성취감과 만족감에 기쁠 것이다. 그러다 금세 나보다 조금 더 큰 것을 가진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고 곧 그 사람들보다 많이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언제나 뛰는 놈 위에는 나는 놈이 있는 법이니까.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에만 가치를 두고 몰두하게 되면 자꾸 다른 사람이 가진 것과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비교하게 되고, 결국 남는 건 공허함 뿐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가치를 두는 삶은 어떨까? 누가 더 많이 비평적 사고를 하는가, 누가 더 많이 불의에 대응하는가, 누가 더 페어플레이를 하는 가, 누가 더 봉사를 많이 하는 가, 이상하다. 이 것들은 ‘누가 더 많이’ 혹은 ‘누가 더 큰’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어색한 것들이지 않나. 누구와 비교하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고 멋진 일들이기에 굳이 비교할 필요가 없다. 설령 비교한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패배감을 느끼지 않는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가치를 둔다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어떤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은 한눈에 알아보기가 힘들다. 그 사람이 어떤 가방을 들었는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 지처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며, 며칠의 시간을 함께 공유해야 그리고 깊게 대화를 나눠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품위를 만든다.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다른 사람을 돌아보며 사는 것. 굳이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비교하지 않고, 그저 내 삶의 주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유럽과 미국에서 말하는 중산층이라면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 까. 아니, 더 많은 사람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꼭 중산층이 되려 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는 데 조금 숨이 쉬어지지 않을 까. 우리도 이제 기를 쓰고 남들과 비교하며 무언가를 더 가지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입은 옷이나 차에 눈을 두지 말고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하는지에 눈과 귀를 기울여 보는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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