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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 Sep 30. 2023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진정한 영웅

<스토너> 존 윌리엄스 책을 읽고

스토너라는 사람의 일생을 그린 이 소설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어려운 질문들의 답을 스토너의 생을 들여다보면서 얻을 수 있다. 혹시 지금 방황하고 있다면, 또는 절망하고 있다면 꼭 한 번 읽어 보시길 바란다. 반드시 어떤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스포 주의* 
책 <스토너> 존 윌리엄스 내용이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책을 다 읽은 후 글을 읽길 추천드립니다. 



스토너의 삶은 성공한 삶인가 실패한 삶인가? 

처음부터 후반부까지 사실 어떻게 보아도 스토너의 인생은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없다. 결혼도 실패했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지켜내지 못했으며, 학장이나 학과장의 타이틀을 달지 못하고 쫓겨나듯 정년 퇴임했고, 그렇다고 학자로서 이름을 떨치지도 못했다. 세상의 기준으로 봤을 때 스토너는 지극히 평범하고, 답답하고 때로는 찌질해 보이기까지 한 인간이다. 그런데, 한 인간으로서 스토너의 삶은 어떠한지 묻는다면, 실패한 삶이라 단정 짓기 어렵다. 그는 인생의 수많은 절망적인 순간에도 도망치지 않았고, 자신의 삶에 묵묵히 책임을 지며, 자신이 하는 일에 가치를 두고 열심히 임했으며,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열정을 주며, 무력감을 느끼는 와중에도 끝내 견뎌내는 용기를 가졌다. 그렇다면, 스토너라는 한 인간의 삶으로 봤을 때, 그럭저럭 잘 살아낸 삶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아주 꿋꿋하게 잘 살아내었다고 박수 칠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이 책은 우리에게 어디에 초점을 맞춰 인생을 바라봐야 될지 생각하게 만든다. 지금 나는 세상의 잣대로 내 인생을 바라보며 나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 지, 과연 나는 중심을 잡고 걸어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가 진정한 승자인가? 

이 책을 읽는 내내 스토너를 괴롭히는 악당(?)들의 만행에 분노가 일어, 어서 빨리 저 악당들에게 통쾌하게 복수하는 스토너를 기대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빠른 전개와 복수극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못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지키지 못하는 스토너의 무능함에 답답하고 화가 났지만, 어쩌면 악당들이 스스로 파멸하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다시 책을 읽어 나갔다. 하지만, 그 기대가 무색하게도 악당들은 더욱더 승승장구한다. 역시 인과응보는 동화 속 이야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졌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는 그 순간에 스토너가 진정한 승자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정말로 신기한 체험이었다. 아니, 어쩌면 승패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 까? 그토록 복수와 파멸을 원하던 내가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냐는 초연한 마음까지 든다는 것이 놀라웠다. 

결국 인생이라는 것은 절망으로 가득 차지도, 행복으로 가득 차지도 않은 굴곡선이기 마련인데, 우리는 늘 흔들리는 파도 속에서 바로 다음 순간 세상이 끝날 것 같다는 절망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괴로워하고 있지는 않은 지. 결국 멀리서 보면 그저 잔잔한 바다일 뿐인데 말이다. 지금 내가 하는 걱정과 괴로움은 그저 한 낱 먼지 같은 것일 뿐이라고 어쩐지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묻는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스토너가 생을 마감할 때 계속해서 되뇌는 질문이지만, 어쩐지 독자에게 대놓고 묻는 것 같다. 과연 나는 내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기대가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 가? 혹시 세상의 기준으로 내 삶을 단정하고 맞춰가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많은 질문 속에 어지러워질 때쯤 우리는 스토너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스토너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 삶에 대한 후회보다는 그래도 잘 살았고, 삶은 충분히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으리라 추측한다. 그 이유는 스토너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 대신 자신 내면의 마음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일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열정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는 방식이 조금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 상대가 여성이든 시든,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있어.


무언 가에 열정을 다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스토너는 그런 자신의 열정을 아끼지 않고 주었다. 그리고 그 열정이 다시 그를 살아있게 했고, 남들이 보기에 절망스러운 삶일지라도 그는 가치 있는 삶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너는 작가가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영웅’ 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열정을 다하며, 남들이 자신의 삶에 관여하게 놔두지 않고 단단하게 자신의 삶의 주인인 것 말이다. 나이가 들 수록 남들 그리고 세상 눈치를 보지 않고, 나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스토너는 정말로 영웅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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