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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한 주피 Jan 21. 2021

피아노와 가까이

전진희 <Breathing> 

어렸을 때부터 집에 있는 피아노는 항상 시끄러웠습니다. 음악전공을 희망하는 부모님과 누나 덕이었는데요. 하루에 몇 시간 이상 계속 반복되는 피아노 소리는 제게는 그냥 '쿵쾅의 끝도 없는 반복', 이렇게 자리 잡았습니다. 밖에서 볼 때는 누나가 워너비 음악전공자로 교회 반주 등으로 인정을 받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제 눈에는 아침에 엄마가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 혼쭐이 나는, 책상 및 방 정리를 하나도 안 하는 그런 평범한 중고딩이었구요. 그래서 그런지 피아노라는 악기는 제게 매력이 일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 방에 있는 베토빈의 비창이라 적힌 테이프를 호기심에 들어보면서 멜로디가 너무 익숙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누나가 그렇게 때리던 소리가 이거였다니.. 


그러서인지 피아노라는 악기는 제게 매력이 일도 없었습니다. 현악기와 타악기에는 관심이 갔지만. 이 직업을 가지고 나서도 그닥 피아노에는 끌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제 벽을 무너트린 고마운 분이 몇 분 계신데요, 그분들 중 한 분의 새 앨범을 소개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하비누아주의 리더이자 피아니스트 전진희님의 연주곡 앨범 <Breathing>입니다. 이 앨범은 전진희씨가 사운드클라우드에 즉흥적인 순간의 기록을 담아왔는데, 이를 다시 악보로 표기하고 3곡을 제외하고 전 곡을 새로 녹음해 수록해 발표했습니다. 


앨범 발매 기념 인터뷰 with genie


전진희씨 2017년 <피아노와 목소리>란 솔로 앨범을 발표합니다. 어찌 보면 보컬이 주가 되는 그룹의 특성을 벗어나 목소리와 연주가 지분을 동일하게 차지하는 형식의 구성입니다. 이 앨범에는 보컬리스트(곽진언, 나인 of 디어클라우드, 지언, 이영훈 등)가 피처링으로 참여했고 본인의 목소리는 많이 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9년에 발표한 2집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에는 강아솔, 김훨, 이아립, 코듀로이 등이 피처링으로 참여했지만 전곡을 본인의 목소리로 이끌어 갑니다. 두 앨범 다 정말 진솔한 감정의 깊이를 다루는 앨범이라는 생각인데요. 

전진희 <피아노와 목소리> (벅스) 


전진희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벅스) 



앞의 인터뷰를 보시면 알겠지만 전진희님의 이번 연주 앨범은 아티스트의 아픔을 기반으로 시작된 작업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슬프고 아릿하게 들릴 수 있지만 듣고 있으면 그 가운데도 뭉근한 따뜻함이 어느 순간 스르르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오늘 같이 비오는 날엔 차분하게 들으시기 좋을 것 같구요. 

전진희 / Breathing in September, Breathing in October [Official MV]



전진희 <Breathing> 앨범 전체 듣기 (Mixt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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