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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한 주피 May 20. 2021

2021년 5월 18일 밤의 일기

밤 음악 프로그램을 제작하기에 보통의 사회적 이슈와는 큰 상관없이 제작됩니다.

뉴스, 사건의 정도에 따라 대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노래와 소소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이야기 등으로 꾸밉니다.

큰 사건, 사고 때는 반영을 하지만요.


하지만 매번 고민하는 지점이 '어디까지'입니다.

그다음에는 그런 이슈 등에 대해서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하고 대답해야 할지입니다.


이틀 전이 518 민주항쟁 41주년이었습니다.

아침과 오후 프로그램에는 관련 보도나 언급을 하면서 상록수,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플레이했습니다.

타 방송사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구요. 새롭게 밝혀지는 내용에 대해 집중했구요.


작가님이 보내 준 원고에는 특별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밤 10시 방송이고 음악프로그램이다 보니 언급을 하지 않고 넘어가도 상관없으니까요.  

저도 그렇게 넘어가려 했는데 누군가 계속 팔 한쪽을 잡아 끄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큐시트를 거의 채우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김현철, 유재하, 김광석, 신해철 등의 기일에는 추모하는 노래를 그렇게 틀면서, 왜 518 민중항쟁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조심하고 있을까 였습니다.


우리 역사의 너무 큰 상처고 아픔이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밝히지 못하고 있으며,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째서 나는 스스로 필터를 걸려하는 걸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멀었는데.


그러면서 과거에 겪은 일들도 떠올랐구요.

대학원 때 518 민중항쟁 관련 영화제를 기획하려 하니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됐다던 교수의 이야기.

대학교 때 강제로 나눠주는 보수(?) 단체의 전단지를 읽지 않고 꾸겼다는 이유로 '너 빨갱이지?'라는 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우르르 몰려온 할아버지들이 절 둘러싸고 욕을 하며 죽여야 한다는 소리를 들은 사건도요.


그래서 518과 관련한 노래를 틀 자로 결정했습니다. 다음은 방식이었구요.

님을 위한 행진곡이 힙합, 재즈 등 여러 스타일로 다시 부른 버전이 있는데, 그걸 갈까.

아니면 다른 방식이 없을까. 생각하다 저는 '오월창작가요제'를 다시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특집으로 '가요제'관련 주제로 제작할 때 한 번 소개했었거던요.


많은 분들에게 낯설 수 있을 텐데요,

오월창작가요제는 광주의 오월 정신을 음악으로 계승 및 발전하고자 2010년에 시작했구요,  

올해로 11회를 맞고 있습니다.


응모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시대정신이 담긴 노래

  - 편견을 거부하고 부조리에 맞서는 자유와 저항의 노래

  - 518 민주항쟁을 기억하고 오월의 정신을 담은 노래

  -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공동체 정신을 담은 노래

  - 진솔하고 개성 있는 삶과 사랑의 노래


오월창작가요제 참여자  수상자 중에서 아실만한 분들은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3관을 수상한 정밀아님,  밴드 스트릿건즈, 김거지(유재하가요제 대상 수상)님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월창작가요제 제8회 대상 수상곡인 정밀아의 '무명',

제9회 금상 수상곡인 버둥의 '태움'을 이어서 플레이했습니다.


정밀아 / 무명 (Official MV)

이른 어느 봄날 떠나지 못한

찬 겨울 끝 바람에 옷깃 여미운다

언제부터였나 채 녹지도 않은

메마른 땅 위로 연초록이 어리운다

무너진 담장 아래 한 줌 흙 위에도

아무 투정도 없이 뿌리를 내린다

이름 없는 날에 이름 없는 곳에

이름 없이 살다가 또 이름 없이 간다

왜 없겠는가 수수한 이름 하나

그저 아무도 그 누구도 부르지를 않지

건네주겠는가 깊은 눈길 한 번

사뿐 들꽃을 피해서 조심히 가는 발길

온 산 뒤덮은 푸름은 큰 나무만 아니라

무심히 밟고 가는 수많은 그냥 풀

이름 없는 날에 이름 없는 곳에

이름 없이 살다가 또 이름 없이 간다

이름 없는 날에 이름 없는 곳에 이름 없이 살다가

또 이름 없이 간다 이름 없이 살다가 또 이름 없이 간다


버둥 / 태움 (Onstage Live)

내가 죽기를 기다리지 마세요

죽은 나를 기릴 준비 아직 이르지 않을까

나를 장작으로 쓸 생각 마세요

내 뒤에 누군가 불을 붙여 당신들의 욕심 태울 생각은 말아

나는 살아있다 죽지 않으려 이렇게 단단히 살아있어

나는 살아있다 죽지 않으려 이렇게 단단히 살아있어

내가 죽기를 기다리지 마세요

죽은 내겐 아무 의미 없을 말들만 늘어놓는 당신에게

나를 장작으로 쓸 생각 마세요

내 등에 빛나는 불을 세워 당신들의 욕심 태울 생각은 말아

나는 살아있다 죽지 않으려 이렇게 단단히 살아있어

나는 살아있다 죽지 않으려 이렇게 단단히 살아있어

활활 타오르는 불을 지고 산으로 달려 나가는 내게

죽지 마라 끝내 살아남아 외치던 그 한 사람을 위해

죽지 마라 끝내 살아남아 외치던 그 한 사람을 위해

우린 살아있다 지지 않으려 이렇게 단단히 살아있어

우린 살아있다 지지 않으려 이렇게 단단히 살아있어

나는 살아있다 죽지 않으려 이렇게 단단히 살아있어

나는 살아있다 죽지 않으려 이렇게 단단히 살아있어

우린 살아있다 지지 않으려 이렇게 이렇게


조금은 무거운 두 노래에 청취자들은 바로 싫다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설명을 듣고서는 서로 대화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고 이해했는데요.


여전히 고민이 가득한 지점입니다.

저는 변화구를 던졌는데요, 직구를 던지는 게 더 좋았을까.

아니면 한 곡으로 하면서 분위기를 너무 내리지 않는 게 나았을까.

내가 사람들을 가르치려 든 걸까. 그래도 해야 했던 거 아닐까.

조금 더 세련된 방법은 없었을까....


그날 방송이 끝날 무렵 온 문자를 소개하고 마무리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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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처럼 광주가 집이거나 고향이 광주이신 분들에게는 너무나 뜻깊은 날이죠.

아픔의 역사이기도 하구요.  야구장에서는 오늘만큼은 응원도 하지 않죠.

걸맞은 노래가 듣고 싶지만 마음속으로 부르고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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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래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날 들려 드리지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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