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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 Jun 13. 2023

교육의 참 목적

그리고 현실의 아이러니


지난 주말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라는 책을 디어 손에 넣어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이토록 기다린 이유는 우연히 읽었던 별별 한국사, 최태성 선생님의 비장한 추천사가 마음에 와서 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자식 명문대 입학하기 프로젝트를 모두 눈치 보며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 하면서 묵인하고 있습니다.

분명 상대평가로 경쟁의 날을 옆 친구에게 들이대고 있는 비교육적 현실을 잘 알면서도,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잘 알면서도,

고치기보다는 아이들에게 이겨내라고 막무가내로 등을 떠밀고 있습니다.

미안하니까 돈이라도 써가며 사교육으로 지원을 해주면서 말이죠. 이게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요?"


p.7 최태성('큰별쌤'으로 불리는 한국사 1타강사의 추천사 중에서)




시가총액 10위 내의 기업의 변화양상을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급변하는지 알 수 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전기자동차를 만들어낸 테슬라가 탄생했고 애플은 타이탄이라는 프로젝트를 내걸고 핸들이나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변화를 따라잡는 일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내가 공부하던 20여 년 전의 그때와 별로 다르지 않다.

아니 문해력이라는 그럴싸한 말을 추가해서 더 긴 문제와 지문을 만들어냈고,

비문학이라며 이과계통의 전문분야 지문까지 써먹는 복잡한 문제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그나마 절대평가로 할만하다는 영어공부는 또 어떤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유학할 때나 준비했던 토플 시험에 주니어를 붙여서 유년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어렵다고 여겨 선택적으로 했던 공부들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해야 하는' 그렇지 않으면 서울 소재 명문대학교에 입학할 수 없게 만드는 허들로 변신했다.


한창 자라는 중인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스스로 경험하고 생각한 후에 선택하는 과정 없이 무작정 제시된 학습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학창시절 학습에 자신을 갖고 임했던 부모조차 현재의, 더욱 치열해져 마치 무한 경쟁의 표본 같은 대입 시험 앞에서 바람 앞의 갈대처럼 흔들린다.

'나 같은 게 소신을 갖는다고 이 사회가 알아주기나 할까' 하는 불안 속에 빠진다.

아이에게 총명함이 발견되기라도 하면 사교육시장의 메인 타깃이 된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저벅저벅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사랑하는 아이의 판단력이 성장하는 동안 세상 유일한 버팀목인 부모로서 더 나은 선택을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내 인생을 걸고라도 아이에게는 어느 누구보다 살만한 인생을 선사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은 선행학습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끊임없이 말한다.

하위권 학생의 부모님 상담이 어려운 현실을 고백하며 소개한 한 학부모는 잊히지 않는 에피소드를 선사했다.

아이의 부진한 성적을 설명하는 선생님에게 생업으로 바빠 아이의 공부를 제대로 봐주지 못했노라 고백한 부모님은 말씀하셨다.

"선생님, 우리 아이를 믿어주세요. 우리 아이 정말 잘할 수 있어요."



인생에는 수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고 아이에게는 도전할 수 있고 역경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좋은 성적보다 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부모의 지지와 응원이 필수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자꾸 '공부'를 기준으로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되뇌어야 합니다.

" 너를 조건 없이 사랑한다. "

p.149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과 신뢰는 아이에게 용기를 심어준다.

공부만을 기준으로 아이를 몰아세운 결과가 우리 청소년의 자살률임을 떠올렸다.

결국 공부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상위 7%가 독식하는 서울 소재 명문대학교에 보내려고 소중한 내 아이를 아프게 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전달되었다.

소위 잘 나간다는 자사고와 특목고에서 중학교 때까지 탑을 달려온 아이들이 서열화되어 뒤로 밀리면서 느끼는 고통도 알게 되었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으니 당연히 똑똑한 누군가가 변화를 만들어두었을 거라 기대했던 내가 한심해졌다.

빽빽한 숲을 멀리서 바라보는 듯했던 막연함이 조금씩 확신으로 바뀌면서

틀만 조금 달라졌고 더 피를 말리는 경쟁의 서막에 내 아이가 서있다는 게 비로소 느껴졌다.


나는 초등학생 때 공부를 못했다.

구구단도 제때 못 외워서 매일 나머지 공부한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초등 4학년 때 음악을 빵점 맞고 엄마는 나를 피아노 학원에 데려가셨다.

지금도 기억나는 피아노 선생님은 내게 음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게 하셨고

다음 시험에 운 좋게 백점을 맞으면서 처음으로 공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고도 2년은 더 갈팡질팡하는 시간을 보냈고

6학년이 되어서야 공부가 나한테 맞다는 판단을 내리고 열심히 집중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당시엔 사교육도 거의 발달하지 않아서 학교 선생님 말씀만 잘 들어도 국어, 사회, 국사, 한자 등의 과목은 백점이 가능했다. 

영어 수학은 동네 보습학원에 다니며 예습복습만 잘해도 좋은 점수를 맞았다.

내 학습태도가 그대로 성적으로 연결되었다.

4당 5 락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오로지 내가 공부에 집중하기만 한다면

가정환경이 허락하기만 한다면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충만했다. 

그럼에도 한번씩 좌절의 순간은 왔고  

'그래도 괜찮다.' 웃어주시는 부모님이 곁에 계셔서 버틸만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더 깊어진 자본주의에 발맞추어 

학원은 진화했고 공룡 같은 대기업의 모습으로 다양한 항목을 만들어 비용을 올렸다.

탑반을 만들어 아이들이 끊임없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내놓라 하는 영어학원은 어지간한 살림에는 엄두도 내지 못할 비용을 당당하게 요구한다.

마치 가느다란 실에 매달려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인형이 된 것만 같다.

내 인생이기에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흐름을 거부하는 순간 다른 인형으로 교체되어 버려지는 이상한 나라에 있는 기분이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학교는 빠져도 학원은 빠지지 않아야 할 것 같은 괴상한 풍조도 만들어냈다.

더 많은 돈을 사교육에 투자해야하는 부모들은 맞벌이 전선에서 학비를 벌고 아이의 공부정서를 돌아보고 다독이기엔 많이 지쳐있다. 





서술형은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에 공정하지 못하다는 여론에 힘입어

우리 아이들은 수학능력시험을 객관식으로 치른다.

획일적인 답 찾기 연습을 끝도 없이 반복하고 

그 반복하는 연습을 버틴 누군가가 왕관을 쓰는 게임을 계속한다. 

마치 의자놀이하듯

자리에 앉지 못한 아이들은 조용히 잊히는 게임을 하면서

상처받고 또 상처받는다.

끝없는 게임을 해야만 한다. 


성취의 다양한 형태가 학교와 교육체제에 녹아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하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고 다시 도전하면

언젠가 마침내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 줄 다양한 기회가 열려있어야 한다.

의사, 판사, 교사 같은 획일적인 직업이 아니어도 충분히 괜찮은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알지만 그게 내가 될 확률이 높지 않기에 늘 안전장치를 준비한다.

마치 생명유지장치라도 되는 양 사교육시장에 발을 담근다. 


부모로서 누구보다 정신을 차려야 함을 다시 느꼈다.

어떤 좌절의 순간에도 아이를 질책하면 안된다. 

세상에 우리 아이들이 누릴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려주고

지금 당장 좌절해도 그저 지나가는 순간임을 

인생에 얼마나 많고도 많은 기회가 있는지 부모인 나라도 알려줘야 한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산다고 다 똑같이 움직일 필요는 없다.

단 몇 년 후만 되어도 훌쩍 자란 아이는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내게 물어올 것이다.


타당한 근거를 갖고 아이에게 선택의 폭을 허락할 수 있기를 바란다. 

거실에서 함께 아이와 책을 읽으며 

아이에게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줄 수 있기를.

공부습관을 잡아주는 부모가 되기를. 

또 반복의 선물이 무엇인지 알도록 도와주기를. 

사교육은 도구일 뿐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우리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적절하게 판단하고 함께 움직여주는 현명한 부모이고 싶다.


슬프게도 우리는 난세를 살고 있지만 

힘들 때 함께 힘들어하기 보다 가정 안에서라도 상처받지 않도록 안아주고 싶다고

부디 그렇게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된다. 

이 세상에서 아이의 처음이자 마지막 보루는 내가 될 것이므로. 

펌프에서 더이상 물이 나오지 않을 때 부어주는 마중물 같은 부모가 되어 

기대는 버리고 기다림만 가득 채워야 한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결코 아이만큼은 아닐 것이다. 

그 여린 마음이 단단하게 자랄 때까지 좋은 선생님들의 책을 읽으며 

정신을 가다듬자고 나를 타이르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타래로 이어지는 여러 책들도 읽어보려 한다. 

학원 설명회보다 이런 책들이 먼저 학부모들의 마음을 채운다면 

부끄러운 현실도 조금씩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우리가 정신줄을 놓지 않도록 도와주시리라 믿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계란으로 바위치기 끝에 결국, 바위를 뚫어내는 첫 페이지가 되리라 믿습니다.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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