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하루를 꿈꾸며 - 자폐아이와 함께하는 이야기 1
‘자폐’라는 단어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거리를 만든다.
그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대화의 공기가 조금은 조심스러워지고,
누군가는 시선을 피하고, 누군가는 괜히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나에게 ‘자폐’는 이제 아이의 이름처럼 자연스러운 말이 되었다.
그 단어를 들을 때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는다.
그건 부끄러움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온 기록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오랫동안 ‘누군가의 어려움’을 함께했다.
서류와 상담 기록 속에서, 복지의 현장에서,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도움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그런데 어느 날, 도움을 주던 자리에서 도움을 구하는 자리로 옮겨야 했다.
내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진단을 받던 날,
나는 제도의 안이 아닌, 그 바깥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두 세계의 언어를 모두 알아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전문가로서의 나’와 ‘엄마로서의 나’ 사이에서
매일같이 균형을 잡으려 애썼다.
복지관의 상담실 안에서는 제도와 규정을 설명했지만,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그 제도의 빈틈에 부딪혀 울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사회복지사니까, 제도 이용이 더 쉬웠겠네요?”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나는 누구보다 그 시스템의 경직됨을 잘 알았고,
그 속에서 내 아이가 ‘하나의 번호’로만 취급받을까 봐 두려웠다.
서류 한 장을 내밀 때마다,
‘내 아이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 아이는 자격이 있다, 지원받을 이유가 있다—
그 말 한 줄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설명과 눈물이 필요한지,
그건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깨달았다.
이 이야기는 단지 나와 내 아이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나처럼 제도의 바깥을 떠도는 부모들,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작아지는 엄마들,
무심한 제도의 언어에 매일 부딪히며 살아가는 가족들.
그들의 이야기가 늘 조용하게 사라지는 걸 보며,
나는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쓴 문장이 누군가에게 닿아,
“나도 그랬어요.”
“그 말이 위로가 되었어요.”
이 한마디로 이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글이 될 거라 믿는다.
나는 여전히 복지관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두 아이의 엄마다.
자폐아이의 엄마이면서, 동시에 비장애아의 엄마이기도 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 다른 세상에 발을 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는다.
다름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쌓이면,
언젠가 우리는 같은 곳에서 웃을 수 있을 거라고.
이 글은 그래서 시작된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도,
동정을 구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내가 지나온 길을 기록하고 싶다.
누군가가 나중에 이 길을 걸을 때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고
조금이라도 덜 외로웠으면 해서.
자폐라는 단어가 멀게만 느껴졌던 사람들에게,
이 글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이 이야기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초대장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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