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급이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니다

보통의 하루를 꿈꾸며 - 자폐아이와 함께하는 이야기 5

요즘 큰아이 전학 문제로 머리가 터질 것 같다.
특수학교 전학 문제다.
그에 비하면 둘째의 유치원 선택은 너무나 간단했다.
입학설명회 몇 군데 다녀보고, 등하교가 편하고,
맞벌이에 맞춰서 봐주는 곳으로 고민도 없이 결정했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다.
하지만 첫째의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으니
머릿속이 늘 그 생각으로 가득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스트레스고,
며칠 전엔 원형탈모까지 생겼다.


우리는 광역시도 내에서 ‘구’만 바꾸는 이사를 준비 중이다.
그런데 특수학교 전학은
시·도 간 전학과 관내 조정이 절차부터 다르다고 했다.
표만 덩그러니 붙어 있을 뿐,
정작 어디에 어떻게 문의해야 하는지
정확한 안내는 어디에도 없었다.


처음엔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서류를 다시 준비해 제출하려고 했더니
그건 아니라는 거다.
그럼 전학은 어떻게 하냐 물으니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는 “가고 싶은 학교에 전화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학교에 전화했더니
“우리는 결정권이 없으니 센터에 문의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핑퐁이 시작됐다.


결국 알게 된 건 이렇다.
전학은 ‘자리가 나면’ 심의위원회가 열리고,
선착순도 아니고, 순번도 없다.
대기만 걸 수 있다.
그래서 물었다.
“그럼 몇 명이 대기 중인지라도 알 수 있나요?”
그랬더니 “접수는 여러명이 각자 받아서 모른다”고 했다.
“그럼 우리 아이가 접수는 된 건가요?”
“명단 공유가 안 돼서 모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치 허공에 내 아이 이름을 던져놓고
사라지는 걸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교육청에서는 “자리가 나면 공지를 올린다”고 했다.

그래서 매일 교육청 홈페이지를 들여다봤다.
그런데 올라오는 건 고등학교 자리뿐이었다.
초등학교 공지는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초등은 교육청이 아니라 각 특수교육지원청에서 따로 공고를 낸다는 걸
민원을 여러 번 넣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처음엔 ‘내가 모르는 거구나’ 싶었는데,
민원 답변엔 “공고되어 있으니 확인하지 않은 당신의 문제”라고 적혀 있었다.
그 말에 너무 화가 나서 반복민원을 넣었다.
그제야 겨우 정보를 알게 됐다.
전화하고, 화내고, 또 전화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담당 장학사 번호를 주더니
그 사람과만 통화하라고 했다.

그치만 학급개설을 요구하니, “학급 개설은 학교설립과에서 관리하니 거기와 이야기하라”고 했다.


장학사와의 통화에서 느낀 건
‘선택지가 있는 척하지만, 결국 선택은 없는 현실’이었다.

현재 학교에 그대로 다니며 부모가 등하교를 시키는 방법,
권역까지 자차로 이동시키는 방법,
혹은 순회학교 신청.
순회학교는 교사가 주 2회 정도 집으로 와서 수업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리고 일반학교 특수반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나는 물었다.
“우리 아이는 6학년이에요.
일반학교로 가면 다른 아이들 수업을 방해할 수도 있지 않나요?”
그랬더니 “그럼 전일제로 신청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일제라면 일반학교 안에서 하루 종일 특수교사와 따로 수업하는 형태다.
하지만 그 교사가 배치될 때까지는
우리 아이가 일반아이들 사이에서 버텨야 한다.
그 사이가 너무 길면?
결국 또 부모가 버텨야 한다.


특수학교가 있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다닐 수 있는 건 아니다.
자리가 없고,
절차는 불투명하고,
결정은 ‘심의’라는 이름 아래 멀게만 느껴진다.


예전에 서울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영상 속에서 특수아동 부모들이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무너진다.
나도 그 심정이니까.
나도 무릎이라도 꿇고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다.


학교는 모자라고,
근거리 배정은 불가능하고,
내 생활을 포기해야만 가능한 일들.
일반직장도 포기하고,
아이를 위해 모든 걸 쏟아야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데 더 웃긴 건 그 다음이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던 사람들이,
정작 특수학급이 부족해 아이들이 일반학교로 가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 책임을 아이와 부모에게 돌린다.
“왜 그런 아이를 일반학교에 보냈냐.”
“그건 부모의 욕심이다.”


마치 통합교육이 부모의 잘못된 선택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우리도 알고 있다.
그건 욕심이 아니라 마지막 선택이라는 걸.
특수학교로 보낼 수 있다면 누구나 보내고 싶다.
일반학교에서 통합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그건 대부분 경증 아이들의 이야기다.
우리 아이처럼 중증인 경우엔 그조차 어렵다.


나는 가끔 바란다.
우리 아이가 일반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좋은 영향을 받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걸 위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내년 우리는 이렇게 해야 한다.
이사한 지역의 배정 학교에 전학을 신청하고,
개별화 심의위원회가 열리면 전일제 전환을 요청해야 한다.
그렇게 전일제가 되길 바라며,
교사가 배치될 때까지
일반 아이들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야 한다.
그리고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다시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을 하고,
제발 특수학교에 배정되기를 바라야 한다.


이게 우리 가족의 현실이다.
나는 그저,
보통의 학부모처럼 살고 싶다.
둘째의 친구 엄마들처럼
유치원 프로그램을 비교하고,
학원 스케줄을 조율하고,
그런 ‘보통의 고민’만 하며 살고 싶다.


지인들이 말한다.
“너는 너무 자신을 통제하면서 살아. 왜 그렇게까지 해?”
나는 그 질문이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그들은 모른다.
우리 같은 엄마들이 왜 자신을 그렇게 조여야 하는지.
자신을 느슨하게 풀어놓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쁜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버티는 중이다.


물론 매일이 힘든 건 아니다.
웃을 때도 있고, 감사한 순간도 있다.
하지만 제발,
“왜 그렇게까지 하냐”는 말은 넣어두길 바란다.
이건 내가 선택한 삶이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현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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