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병동의 기록
요즘 온몸이 아프다. 이유 없이 피곤하고 힘들다. 목도 따갑고 배도 가끔씩 아프다. 이렇게 몸이 아플 때마다 우리 환자들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이 든다. 열이 조금만 나도 몸이 축 져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열이 37.5도가 나는 건 기본이고 통증이 지속적으로 있는 상황에서 환자들이 예민하고 짜증 나는 건 당연한 것 같다. 그럼에도 밝게 인사해 주시고 고맙다고 표현해 주시는 환자들을 보면 감사하고 존경스럽다.
우리는 흔히 사람의 본성을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로 나누는데 나는 태어나길 악한 사람, 태어나길 선한 사람으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호스피스병동에 근무하면서 태어나길 선한 사람으로 태어난 이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몸이 좋지 않으니 당연히 짜증을 내고 화를 낼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후에 고맙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사람이다. 나는 환자들이 인사에 답해주는 것만으로 고맙다. 보호자 역시 마찬가지다. 환자의 컨디션이 악화되면 병원에서 원인을 찾고 원망을 하고 화를 내다가도 또다시 사과를 하기도 한다. 가끔은 상처받을 때가 있지만 그런 부분도 이해가 된다. 본인이 힘든 상황에서 고맙다, 미안하다고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본성이 선한 것 아닌가. 대부분의 사람은 악으로 살 수 없다.
환자들의 컨디션이 악화되면 간성혼수나 섬망증상이 나타나는데 간성혼수나 섬망이 시작되면 천사 같은 환자들도 전과 다른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을 못 알아보는 것은 물론, 폭력을 행사하거나 욕을 하고 걷지 못했던 분이 갑자기 침대에서 내려와 뛰어나오기도 한다. 이 모습을 처음 보는 가족들은 놀라는 게 당연하다. 환자들이 가족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욕을 하는 경우는 가족도 지켜보는 나도 마음이 아프다. 그건 환자의 마음이 아니라 병 때문이라고 본심이 아니라고 가족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래, 그건 그 사람의 본성이 아니다. 그냥 암 덩어리와 온갖 나쁜 독이 뇌를 지배하는 것이니 그건 그 사람의 본성이 될 수 없다.
진짜 사람의 본성이 어떻든 사실 그건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선하게 태어난 존재라고 믿어야지. 호스피스병동에서 내가 만났던 환자들과 보호자들처럼 나는 내가 힘들 때도 남을 배려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선한 사람이 되고 싶고 그렇게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