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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원사계 Apr 21. 2024

1분 거리 복싱장에 가는 길이 이렇게 어려웠나요?

1분 거리 체육관을 가는 험난한 여정

헉..허억…헉…


시작부터 야릇한 소리 같지만 사실 이건 내 체력의 현주소를 나타내고 있는 소리다. 본투비 체력 거지가 30대가 되고 나니 체력 거지가 아닌 쓰레기로 향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수하고, 양치하고 그나마 열심히 하는 운동이 있다면 저작운동 정도 되겠다. 이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삼시 세끼 잘 챙겨 먹지 않아야겠어? 차를 몰아서 30분 거리의 회사로 출근을 한다. 하필이면 하루 8시간을 앉아있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움직일 일은 더더욱 없다. 그나마 뛰는 일이 있다면 어쩌다 마주한 6초 정도 남은 신호등을 마주했을 때이겠다.


9시 출근해서 6시 퇴근,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잠깐 핸드폰 보면 8시가 뚝딱이다. 어쩌다 야근을 하는 날이면 온몸의 진이 쭉 빠져서 무엇 하나 할 수가 없다. 가장 억울한 건 놀지 못하는 것이다. 본투비 술자리 러버에 소맥을 사랑하는 인간인데 체력이 달려서 놀지 못하는 그 심정을 어느 누가 알까. '한 잔만 더!'를 외치던 내가 '미안한데 오늘 좀..'이라는 말로 자리를 뺄 때면 아.. 나도 나이 앞에서 장사가 없구나. 하는 생각뿐이다. 체력이 무기이던 시절, 가불 받아서 몽땅 써버린 나의 체력이 이렇게 빨리 앵꼬가 날 줄이야. 그땐 몰랐다.


안 돼!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더 놀고 싶단 말이다. 이렇게 사는 건 억울했다. 오래전 처음으로 운동에 대한 활기를 넣어줬던 것이 수영이었다. 하지만 집 근처에는 마땅한 곳이 없고 그렇다고 한참을 달려서 다니기엔 분명 수영장에 기부천사가 될 내가 눈에 선했다. 헬스를 한번 해볼까? 옆에서 잡아주는 이가 없다면 이 역시 기부천사가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PT를 받기에는 가성비가 너무 없어지고. 집 근처 사거리에 복싱 체육관이 하나 있다. 거짓말 보태지 않고 집에서 1분 이면 갈 거리다. 집안이 고요한 상태로 있으면 복싱장의 새로운 라운드를 알리는 '띵~'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이다. 그래 이거다. 집 가깝고 가성비 나쁘지 않은 이거!


근데 복싱장엔 남자들만 잔뜩 있는 거 아니야? 그리고 처음엔 줄넘기만 주야장천 시킨다던데. 갔다가 땀에 흠뻑 젖은 남자들 사이에서 줄넘기만 눈치 보며 하다 오는 거 아닌가 겁부터 났다. 아니야. 그래도 일단은 해보자. 그래 내일은 꼭 문의라도 해보자! 1분 거리의 체육관 앞에서 몇 번을 망설였는지 모르겠다. 괜히 입구 앞을 서성이다 오는 날도 있었다.


아니 그냥 가면 될 일이지. 뭐 그렇게 눈치를 보는 거야? 에라 모르겠다 하는 생각으로 체육관에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가서 상담을 받았다. 관장님의 포스가 어마무시하다. 작은 거인이 있다면 딱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저, 다른 건 필요 없고 체력이 받쳐주질 않아서 너무 힘들어요."


"그런 분들 많아요. 잘 오셨어요."


첫 입관이라 살 것도 많고 들어가는 초기 비용이 꽤나 많은 편이었다. 아, 이거 잘하는 짓인가? 포스가 철철 넘치는 관장님께 상담을 받고 나왔다. 관장님이 내 등 뒤에 한마디를 꽂았다.


"내일부터 나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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