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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보보봉 Nov 14. 2022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리뷰

솔직하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게 책 리뷰하는 법






나는 인스타그램에서 동네서점 계정은 발견하는 대로 팔로우하고, 책을 리뷰하는 계정에도 '좋아요'를 많이 누른다. 주로 내 피드에는 책 관련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고, 게시글을 올릴 때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해시태그는 '북스타그램'이다.


'북스타그램'을 검색하면 수많은 책 사진들이 나온다. 출판사에서 올린 카드 뉴스 형식의 책 광고, 책을 배경으로 한 인물 사진도 꽤 있다. 그중에서 공들여 찍은 책 표지 사진과 긴 감상문이 적힌 게시물이 많다. 대다수 북스타그램 감상문은 주로 책을 읽고 난 뒤의 감상, 책 구절 인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혹 글자 수를 초과해서 댓글에다 내용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고, 평론가가 쓴 것처럼 전문적인 느낌의 글도 있다.


인스타그램 책 게시물에는 해당 책에 좋은 평가를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이라고 하더라도 대체로 온라인에 나타난 책 리뷰는 칭찬하는 내용이 많다. 물론 게시물 마지막에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증정받았습니다'라고 표시하기도 하지만, 글쓴이 본인이 직접 구매한 책인 경우에도 좋게 쓰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에서 책 리뷰를 검색해도 책을 칭찬하고 요약하는 내용이 많다고 해야 할까? 대체로 사람들은 책에 관하여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몇몇 독자들은 책을 냉철하게 읽어보고 비판하는 내용의 게시글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왜냐하면 칭찬 위주의 의견만 보는 것보다, 장단점이 고루 언급된 리뷰들을 살펴보는 것이 작가와 독자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독자들의 의견에 맞춰서 다음 작품을 쓸 때 장점을 그대로 이어가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고, 독자는 해당 책에 대한 다양한 주장을 접하고 자 이 책이 본인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판단할 수 있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넘기지 않고, 남들이 좋아하는 책에도 지적할 부분을 제기하며 날카롭게 해부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전문적으로 서평이나 평론을 쓴다면 꼼꼼하게 독해하고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글들 중에서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은근 기분 나쁘게 만드는 글이 있다.






원색적인 비난을 대놓고 표시하지 않았지만, 은연중에 책을 향한 분노를 품고 쓴 글이 꽤 있다. 기대와 달리 실망만 준 책, 가독성이 안 좋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책, 만듦새가 허술하거나 미완성 같은 책, 번역이 엉터리인 책, 타당한 근거 없이 저자의 주장만 전개한 책, 내용에 비해 턱없이 비싼 책 등, 분노를 유발하는 책에 대해 말하면 한도 끝도 없다.


굉장한 기대를 품게 했던 책인데 막상 펼쳐보니 실망만 가득한 경우를 나도 경험해보았다. 때로는 리뷰를 읽으며 책을 향한 분노를 이해할 때도 있다. 그런데 책을 쓴 작가에게 분노가 치밀어 오른 나머지 작가 자체를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이딴 걸 책이라고 쓰다니 작가가 쓰레기다’라고 쓴 원색적인 비난이 아니더라도, 자세히 뜯어보면 욕만 없는 무시무시한 내용이 많다.


'내가 이걸 읽으려고 시간낭비를 하게 만든 작가, 네 이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읽기 힘든 책을 완독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때는 이렇게 독자를 힘들게 하는 작가를 비난하고 싶다. 속마음으로는 '이딴 걸 책이라고 쓰다니 종이가 아깝다. 작가 타이틀 버려라'라고 욕 한 사발을 퍼붓지만, 리뷰에서는 그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책’에 한정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지, 작가를 비난하는 글을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솔직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은 리뷰를 지향한다.






예를 들어, A가 (가)라는 책을 썼다고 해보자. 내가 (가)를 읽고 매우 재미없다고 생각해서 리뷰를 쓴다면 이렇게 쓸 것 같다.


(가)는 ㅇㅇ를 주제로 쓴 글이다. 이야기 자체는 독창적이었지만, 독자가 이해하기 불편한 방식으로 작품이 진행되어서 읽기 좀 힘들었다.


내 기준에서 이 정도면 그렇게 날 선 비판은 아니다. 아무리 재미가 하나도 없는 책이라도 장점이 아예 없지는 않으니까 최소한의 장점은 언급한다. 그러나 책 리뷰는 내 생각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솔직한 감상을 덧붙였다.


반면 내가 선 넘었다고 생각하는 리뷰는 다음과 같다.


(가)를 읽으면서 너무나 화가 났다. 개연성도 엉망이고 독자를 납득할 수 없는 엉터리 전개는 읽는 사람을 분개하게 만든다. 이딴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낸 출판사나, 기본도 못 지키면서 작가라는 타이틀에 심취한 A 작가는 출판계를 좀 먹는 벌레나 마찬가지이다. 문장도 너무 엉터리라 내가 쓴 블로그 글이 더 낫다고 생각할 정도다.


사람마다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저런 비판은 글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오히려 저보다 더 심한 말을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저 위의 발언은 책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작가 자체를 건드리는 말이다. 망작 한 권 냈다고 출판계가 좀 먹지는 않겠지만, 설령 출판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저런 말은 안 하는 편이 낫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생활이 엉망이면, 작가 자체를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엉망인 글을 쓴 작가와 범법을 한 작가가 과연 같다고 볼 수 있을까? 만약 논란이 있을만한 글을 쓴 경우라면, 작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엉성한 글과 논란 있는 글은 다르게 봐야 한다.


완성도 있는 글은 문장, 내용 등 여러 가지 글쓰기 요소를 고루 갖춘 글을 일컫지만, 논란 있는 글은 완성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문장이 좋아도 이상한 사상을 담거나 은근슬쩍 자신의 치부를 가리려는 글도 많다. 고작 엉망인 책을 한 권 썼다고 작가가 삼대를 이어갈 정도로 푸짐하게 욕을 먹어야 할까?






아울러 내가 혹평했던 책이 누군가에게는 인생 책이 될 수도 있다. 몇몇 독서가들이 베스트셀러를 책의 질에 비해 출판사의 홍보로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게 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의문이 든다.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책이라 해도 내게는 와닿지 않는 내용일 수 있고, 반대로 사람들이 별 하나도 아깝다는 책이라도 나에게는 재미있는 책일 수 있다.


그리고 해당 도서의 장르와 분류에 따라 내용, 문장, 구성이 다르다. 만약 내가 순문학을 기준으로 웹소설을 평가한다면 당연히 좋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웹소설이 순문학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이 많아서 평가를 박하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반대로 웹소설을 읽는 것처럼 순문학을 접하면 어떨까? 내가 굳이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아도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 문법도 책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내가 아무리 좋게 표현해서 글을 썼다고 해도, 상대방은 그 글로 인해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 본인 책에 관한 리뷰를 받아들이는 것은 작가에 따라 달라서, 위와 같이 리뷰를 쓰는 것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타인의 글을 세심하게 대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그 글을 비판할 때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상처를 받고 안 받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적어도 해당 저자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 평론가나 연구자라면 모를까, 나는 평범한 독자로서 책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책을 평가하여 난도질하고 싶지 않다.






이미지 출처

Photo by Towfiqu barbhuiy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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